경찰, 낡은 전기배선서 발화 추정
숨진 10대, 119신고뒤 베란다 피신
완강기 설치 안돼 못 빠져나온 듯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18분쯤 발생한 화재로 1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2026.2.24 뉴스1
10대 여학생이 숨지고 일가족 2명과 이웃 주민 1명이 다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를 수사 중인 경찰이 합선이나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화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5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주방과 거실 사이 식탁 쪽에서 불이 시작돼 번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유족에 따르면 불이 난 은마아파트 8층 가구는 사고 5일 전 이사해 최근까지 내부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경찰과 소방 당국은 노후화된 전기 배선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방화나 가전제품에 의한 실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전날 소방 당국과 현장 감식을 마치고 조명 등 일부 전자기구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했다.
또 준공된 지 50년 가까이 된 아파트라 기본적인 소방 설비가 미비한 점도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꼽힌다. 소방 당국은 해당 동에 스프링클러와 완강기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화재로 숨진 김모 양(16)은 화재 당시 직접 119에 신고한 뒤 베란다 쪽으로 이동했으나 밖으로 대피하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 당시 소화기로 초기 대응에 나섰던 옆집 주민 김모 씨(49)는 “복도에 있는 소화기로 불을 꺼보려고 시도했지만 연기가 자욱하고 불길이 세 우선 대피했다”고 전했다. 1990년 적용되기 시작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규정과 마찬가지로 피난기구 설치 대상 건축물 3층부터 10층까지 층마다 완강기를 갖추어야 하는 완강기 설치 규정도 2005년에 만들어져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모두 예외 대상이었다.
불길이나 연기 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문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화문은 평상시 닫힌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해당 동은 복도식 구조로 중앙 출입로와 복도 가장자리 양 끝 비상 통로에 각각 방화문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25일 동아일보가 현장에서 확인한 은마아파트 중앙 방화문은 전 층이 열린 채로 고정돼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동에 사는 50대 박모 씨는 “방화문이 닫혀 있어야 하는 것도 몰랐고 평소 통행 때문에 늘 열어 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방화로 사상자 7명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아파트도 2000년 준공돼 스프링클러와 완강기가 없었고, 당시 부상자 2명은 불길을 피하려 4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노후 아파트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안전 설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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