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료개혁 한다더니 부총리 자리 하나 더 만드나

  • 동아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교육 사회 문화를 총괄하는 부총리를 두어 정책 결정에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경제 정책 분야는 부총리가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총괄조정하고 외교 국방 안보는 국가안보실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는데, 비경제 정책 분야는 그러지 못해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관료사회의 무능과 무책임 부패라는 적폐를 일소하겠다며 정부 개조를 다짐한 대통령의 첫 작품이 사회 부총리 신설이라니, 본말전도(本末顚倒)가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부총리 자리부터 늘리다니 지금껏 사회부총리가 없어서 안전이, 교육이 겉돌았단 말인가.

교육부 장관이 부총리직을 겸하며 사회 문화 분야 조정기능을 한다는 것이 효율적인지도 의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교육부총리가 있었지만 교육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고 다양한 사회 분야를 포괄 조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더구나 ‘책임총리’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은 지금, 내각 통할 기능을 맡은 총리에게서 경제 분야에 사회 분야까지 떼어내 대독(代讀)총리만 하라는 건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안전 문제를 중심으로 한 정부 개조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옥상옥(屋上屋)부터 만들겠다는 것도 국민의 박수를 받기 어렵다.

공직사회의 ‘갑(甲)’인 안전행정부에서 인사와 조직기능의 기득권을 빼앗아 각 부처 개혁을 촉구하겠다던 19일 대국민 담화에서의 구상도 대폭 후퇴했다. 전자정부와 정부3.0을 추진하려면 차관급인 행정혁신처로는 어려워 조직기능은 그냥 두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주 담화는 세월호 참사 이후 관료조직에 쏟아진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부랴부랴 내놨던 날림 대책이었단 말인가. 부처 축소 위기에 처한 안행부 관료들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데 청와대가 밀린 것은 아닌가.

박 대통령이 관료들의 기득권 지키기, 조직 이기주의에 이런 식으로 틈을 내주다가는 관료 및 관피아 개혁, 국가 개조는 물 건너가기 십상이다. 어린 생명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선언한 관료 개혁, 정부 개조 작업이 시작부터 산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세월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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