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의 따뜻한 동행]어머니 전상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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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가 이 세상에 없어도 어버이날은 돌아오네요. 하긴, 엄마가 없어도 여전히 해는 뜨고 사람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나도 자주 엄마를 잊고 웃기도 하고 그러는걸요.

그래도 엄마, 아직도 아침 출근길에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눈물이 핑 돌아요. 병약해질 대로 병약한 몸으로 현관문을 열고 나와 아쉽게 나를 바라보던 엄마. 그때, 이 배웅을 몇 번이나 받게 될까 전전긍긍하면서도 왜 한 번쯤은 출근을 포기하고 엄마랑 하루를 같이 보내지 못했을까. 그게 한으로 남아서 가슴이 너무 아파요.

엄마는 늘 비호(飛虎)같다고 자랑을 했지요. 정말 엄마는 비호같았어요. 약질로 비실비실한 나와는 다르게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부지런했지요. 늘 건강하고 민첩하던 엄마가 팔순에 쓰러져 그 후 환자로 산 8년 동안, 처음으로 나의 엄마가 비호가 아니라 나약한 할머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던 그 쓰라린 시간들….

나중에는 엄마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보다 차라리 돌아가시는 게 더 나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 순간 깨달았지요. 아, 엄마가 나를 떠나기도 전에 내가 먼저 엄마를 보내고 있구나! 어떤 경우라도 엄마는 나를 포기하지 않을 텐데 나는 한순간이라도 엄마에 대해 체념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나를 눈물짓게 만들어요.

자식을 위하지 않는 엄마는 없겠지만 너무나 유난하고 지극정성이었던 나의 엄마. 그렇게 키운 탓에 정작 효도를 제대로 받지 못했지요. 비호같이 척척 해결해주니 내 손으로 할 줄 아는 게 없었고, 그러니 엄마를 제대로 간병할 줄도 몰랐지요. 그렇게 엄벙덤벙하다가 엄마와 함께 지내는 마지막 몇 년을 허송세월한 걸 생각하면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요.

살아생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면 꽃보다 밝게 웃던 나의 엄마 이재남(李載南), 이렇게 엄마의 이름 석 자가 신문에 나온 게 보이나요? 엄마의 사망신고를 하던 날, 엄마의 이름을 지운다는 것이 못내 서러워 언젠가 꼭 엄마 이름을 이렇게 새겨놓고 싶었어요.

엄마, 지금 하늘나라에서 빙그레 웃으며 딸 자랑 하고 있지요? 다 알아요, 엄마는 늘 그랬으니까. 보고 싶다, 정말 보고 싶다. 엄마! 오늘은 꿈속에서 엄마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릴게. 엄마, 사랑해!

윤세영 수필가
#엄마#어버이날#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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