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아래 따로 노는 울산 새정치연합-통진당 야권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새정치민주연합이 6·4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를 놓고 삐걱대는 모습이다. 새정치연합 이상범 울산시장 후보는 그제 통합진보당 이영순 후보, 정의당 조승수 후보와 후보단일화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 사실이 어제 본보에 보도되자 한정애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통진당과의 연대 및 후보 단일화는 없다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후보 개인의 단일화는 무효이고 취소하라는 지침을 다시 시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심규명 울산시당위원장은 “중앙당의 공문을 본 뒤 심사숙고하겠지만 세 당의 후보들이 이미 합의한 사항”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세 후보는 “세월호 참사 속에 무책임하고 무능한 박근혜 정부를 심판하기 위해 단일화를 이뤄내 새누리당에 맞서야 한다”고 야권연대 명분을 밝혔지만 유권자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 통진당과 연대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수차례 천명했다. 통진당은 종북(從北) 논란을 빚은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다 정당해산 심판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새정치연합과 통진당, 정의당은 정강정책이 다를 뿐 아니라 지향하는 이념도 차이가 있다. 세 후보의 정체성이 동일하다면 새정치연합은 후보를 잘못 공천했다는 평가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정체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야권연대라면 그게 바로 야합이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세 사람이 단일화에 서명한 사실을 공개할 때까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그제 “단일화 합의는 당이 공식적으로 추진한 게 아니다”라며 후보 개인의 돌출행동으로 돌리는 노웅래 사무총장의 해명은 리더십 부재를 자인하는 것처럼 들린다. 새정치연합이 통진당과 연대할 뜻이 없을 경우 이상범 후보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통진당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걸고 대중 집회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대(對)정부 투쟁의 기폭제로 삼으려는 정치적 계산이다. 울산시장 후보 단일화를 방치하면 통진당과 새정치연합은 ‘초록은 동색’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6·4지방선거#울산시장#새정치민주연합#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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