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원순 시장, 툭 하면 서는 서울 지하철로 출근해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4일 03시 00분


서울 지하철 4호선이 탈선해 어제 오전 서울역∼사당역 구간 운행이 5시간 동안 중단됐다.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30일 오후에도 지하철 1호선 도심 구간에서 열차가 고장 나 4시간 넘게 불통됐다. 출근길과 주말 나들이 길에 4∼5시간씩 시민의 발을 묶어 놓았다. 지하철 안에 한 시간 이상 갇혀 있던 시민들은 “열차 창문도 열 수 없어 숨을 쉴 수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고 “안내가 없어 서울역은 아비규환”이라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트윗을 날리기도 했다. 지난 일주일 사이 서울 지하철이 5차례 고장을 일으켜 시민의 불편과 불안감이 크다.

지하철의 잦은 고장은 운영 주체인 코레일과 서울메트로의 근무기강 해이와 허술한 관리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5건의 고장 중 4건이 코레일이 운영하는 차량에서 일어났다. 코레일 노조는 작년 말 최장기 파업을 벌인 뒤 지금은 순환 보직 문제로 회사 측과 대립 중이다. 일부 직원은 사고 원인을 차량이 노후한 탓으로 돌리지만 고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으는 내부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시민이 더 분노하는 것은 무책임한 사후 대응이다. 1, 4호선을 함께 운영하는 서울시와 코레일 측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수습을 묻는 시민들에게 “고장 열차가 코레일 소속이라 우리는 모른다”고 했다. 코레일은 “사고 후 열차 운행과 탑승객 하차 유도는 서울메트로가 관리해 우리는 모른다”고 답해 시민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들었다.

2012년 2월 박 시장이 지하철 요금을 900원에서 1050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날도 서울 지하철 1호선은 고장을 냈다. 박 시장은 이날 요금 인상을 통해 대대적인 혁신을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하철 고장이 되풀이되고 있다. 재선 도전에 나선 박 시장이 진정한 ‘서민 시장’을 자처한다면 툭 하면 서는 서울 지하철을 타보기 바란다. 고장난 지하철에 갇혀 보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을 절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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