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동훈]규제에 멍드는 글로벌 경쟁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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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최근 대학의 글로벌 차이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기업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만나는 분들마다 단순한 중국어 교육 수준을 넘어 현지 시장에 대한 몰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방대한 중국 시장이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실제로 그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힘들었다는 체험에서 나온 조언이었다.

실제로 중국 내수시장에서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들조차 크게 고전하고 있다. 2007년 중국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였던 노키아의 상하이 매장이 3월 문을 닫은 것은 충격적인 뉴스였다. 올 상반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19%로 1위였다. 그러나 현지 업체인 2위 레노보(12.0%), 3위 쿨패드(11.4%), 4위 화웨이(10.7%), 5위 ZTE(9.6%)의 추격이 매우 거세다. 문제는 글로벌 경쟁력이다. 기업은 끊임없는 제품 혁신으로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혁신에 날개를 달아 줘야 한다. 따라서 정부의 산업 규제가 혹시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소지는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회에 제출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법은 번호이동 기기변경 신규가입 등 가입유형이나 요금제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보조금을 똑같이 지급할 것을 강제한다. 이통사의 보조금 외에 제조사가 단말기 판매 촉진을 위해 제공하는 판매 장려금도 규제 대상이다. 또 제조사는 장려금 규모와 출고가 등 관련 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모두 공정한 내수 유통경쟁 환경 조성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조치들이다.

그러나 이 법안으로 휴대전화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나아가 글로벌 경쟁력조차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사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여기에 새로운 법안의 규제까지 더해지면 국내에서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이런 조건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다.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의 신화가 무너지는 것도 막을 방법이 없다.

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는 시장의 불평등 구조가 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심각하게 방해할 때에만 필요하다. 시장의 흐름에 이상기류가 있을 때 바로잡아 자연스러운 흐름을 돕는 것이 규제의 목적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법안은 이러한 정상적인 규제의 목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게다가 제조사에 대한 공정거래위, 방송통신위, 미래창조과학부의 삼중 중복규제 우려도 엿보인다. 그렇다면 이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흐름을 끊어 놓는 식의 규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규제 속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혁신과 경쟁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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