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종 역사 교과서, 교육부의 수정 권고 거부할 명분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3일 03시 00분


교육부가 내년부터 사용되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수정 및 보완 권고 조치를 내렸다. 전문가 자문을 거쳐 교과서 내용에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된 건수는 교학사가 펴내는 교과서가 251건으로 가장 많았고 리베르스쿨이 112건, 천재교육이 107건 등 모두 829건이었다.

교육부의 수정 권고를 따르겠다고 밝힌 교학사를 제외한 나머지 7종 교과서의 필자들은 내용상 오류나 오탈자를 제외하고는 교육부의 수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집필자들이 수정 권고를 거부할 경우 장관 권한으로 보다 강한 조치인 ‘수정 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수정 명령마저 받아들이지 않으면 검정이 취소된다. 2008년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左)편향 지적을 받고 교육당국의 수정 권고를 받았을 때도 집필자들은 “저작인격권 침해”라며 반발해 소송으로 비화됐다. 이번에도 교육부와 교과서 집필자들이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로부터 지적을 받은 교과서 내용을 살펴보면 ‘서원’을 ‘사원’이라고 쓰고, 복원 공사가 완료된 숭례문에 대해 ‘현재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서술하기도 했다. 사실 관계의 오류는 교과서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을 부를 수 있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도 적지 않다. 일부 역사학자는 교학사 교과서를 공격하면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제 말기에만 이뤄진 것으로 인식할 수 있게 서술했다”며 ‘친일’ 교과서로 규정했으나 7종 교과서에도 동일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남북 분단은 소련이 1946년 2월 북한에 사실상의 단독 정부인 인민위원회를 먼저 설치하면서 시작됐는데도 8종의 교과서 모두 이 내용을 배제해 분단 책임이 마치 남한에 있는 것처럼 서술했다. 이런 서술에 대한 보완은 집필자로서 최소한의 양식이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대해 재차 수정을 요구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이번 검정에선 9종의 검정 신청 교과서를 놓고 고작 전문가 6명이 살펴봤다고 한다. 검정 과정에 참여하는 전문가 수를 늘려야 한다. 교과서 수정과 보완은 검정 절차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인하는 사관(史觀)의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 교과서 안에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의 과정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담는 일이 중요하다. 교과서 집필자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를 수용해야 한다. 역사 기술은 기본적으로 학술의 영역이다. 정치권은 선동적인 비판을 자제해 불필요한 논쟁을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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