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아베 부인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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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는 마쓰자키 아키오 전 모리나가제과 사장의 딸이다.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 덴쓰에서 일하다가 1987년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의 아들인 아베 신조와 결혼했다. 후쿠다 다케오 전 총리가 중매를 선 것으로 알려진 이 결혼은 정계와 재계 유력 가문의 결합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키에 여사는 한류(韓流)에 관심이 많다. 드라마 ‘겨울연가’에 반하여 한국어 공부를 시작해 간단한 대화는 가능한 수준이다. 2006년 남편인 아베 총리와 함께 방한했을 때는 서울 광희초등학교를 방문해 교과서에 실린 시를 읽어 내려가 화제가 됐다. 배용준 박용하 이병헌의 열렬한 팬으로 ‘용사마’ 배용준이 일본을 찾으면 그와 만나려고 같은 호텔에 묵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도쿄 히비야 공원에서 ‘한일 축제 한마당’이 열렸다. 이 행사에 참석한 아키에 여사는 김태환 의원, 이병기 주일 대사 등 한국 인사들에게 “내가 한국 관련 행사에 참석하면 나쁘게 말하는 인터넷 댓글이 달려 참 속상하다. 진심을 몰라 준다”고 말했다. 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혔다고 한다. 이달 6일 일본 지지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혐한(嫌韓) 의식을 지닌 일부 일본인이 한국 뮤지컬 관람 및 한일 축제 한마당 참석을 비난한 것과 관련해 “서로 상대방을 비판만 해선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7년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권토중래 끝에 지난해 12월 다시 총리가 된 아베 정권 출범 후 한일 관계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사를 직시하지 않는 아베 총리 등 일본 집권 세력의 책임이 크지만 냉랭한 관계가 오래 이어질수록 두 나라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객관적으로 상대방 사정을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자국에서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현실도 우려할 만하다. 아키에 여사가 남편의 역사인식에 영향을 미치긴 어렵겠지만 아베 총리가 한일 관계 악화를 안타까워하는 부인의 눈에 더는 눈물이 맺히는 일이 없게 하길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아베 총리#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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