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이수택]받는 쪽에 필요한 것 주는 개발협력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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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피지 난디에서 개최된 태평양 도서국가 개발협력회의(PIDF·Pacific Islands Development Forum)에 다녀왔다. 이 회의는 태평양 도서 국가들이 자체적인 힘을 모아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 보고자 하는 자리였다. 피지가 주최국이고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솔로몬아일랜드 등 거의 모든 태평양 도서국에서 대통령, 총리, 주무장관들이 대거 참석하였다.

회의 주제는 ‘녹·청색 경제 달성을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 필자는 주최국인 피지 정부의 초청으로 ‘개발에 있어 혁신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서 개발도상국의 산업발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산업화 사업 내용과 1960년대 이후 한국의 개발 발전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는 태평양 도서 국가들에 절체절명의 위협이다. 이들이 겪고 있는 절실한 기후변화 체험들은 수십 년, 수백 년 후에 다가올 미래 위험에 관한 것이 아니었고 바로 현재의 문제였다. 이들에게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환경보전 문제는 너무나 더디고 긴 여정일 뿐이었다.

이들의 절박한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우리들이 전개하고 있는 개발협력 문제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날 한국을 포함한 소위 원조 공여국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개도국 개발협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자문해 보게 되었다.

개발협력, 개발원조 정책을 시행하면서 우리들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교만과 오만을 버리고 겸손함을 바탕으로 ‘받는 이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해주는 것을 대한민국 개발협력 정책의 근간으로 삼을 때, 대한민국은 세계 개발협력사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의 자원과 에너지 개발보다 개도국들의 생존 기반을 먼저 마련해 준 후 이들과 동행하는 긴 숨의 개발협력 외교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이수택 유엔산업개발기구 서울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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