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40대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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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바람이 세긴 센가 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40대 아저씨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의 40대 남성 주인공들을 인용하면서 시작되는 리스트다. “‘신사의 품격’을 흉내 내지 마라-당신은 장동건이 아닌 걸로. 띠동갑뻘 여자한테 껄떡대지 마라-김민종도 아닌 걸로.”

‘40대 독신남이 젊고 예쁜 여성과 연애한다’는 비현실적 드라마 설정을 비웃는 듯하던 이 리스트는, 이어서 꽤나 정치적인 부분을 건드린다. 대부분 386으로 불리는 40대를 향해서, 실망스러운 일부 386처럼 되지 말라고 주문한다. ‘민주항쟁을 무용담처럼 말하지 마라-당신은 오만한 386과는 다르다. 외환위기를 보릿고개처럼 말하지 마라-당신은 거만한 386과는 다르다. 친구들하고 아이 사교육 걱정하지 마라-당신은 이기적인 386과는 다르다. 나이 먹고 보수화되지 마라-당신은 변절한 386과는 다르다.’

문화도 웬만큼 누릴 줄 안다는 40대에게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는 것은? ‘서태지는 잊어라-당신은 X세대 후배들이 아니다. 김광석도 잊어라-떠났다. 소녀시대도 제발 잊어라-아저씨들 소원은 안 들어준다. 영화 보며 아는 체 좀 하지 마라-20대에 씨네21 좀 봤다고 영화 전문가는 아니다.’

아마도 대개 가정을 꾸렸을, 불혹(不惑)의 나이라지만 아마도 무언가에 미혹(迷惑)돼 있을 40대 사내들에게 이 리스트가 강조하는 것은 ‘외로움을 피하지 말라’다.

‘가족에게 올인하지 마라-그들도 당신에게 올인하지 않는다. 산으로 도망가지 마라-아직은 도시와 들판에서 적과 맞설 나이다. 페이스북 그만해라-전화 60대, 인터넷 50대, 페이스북 40대, 트위터 30대, 카톡 20대. 모두 외롭다. 여자한테 빠지지 마라-40대는 여자가 구원의 여신이 아니란 것쯤은 알아야 할 나이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40대는 무한책임, 무한부담, 무한고독의 3무 세대다. 책임과 부담은 피해도 고독은 안 된다.’ 이런 조언은 그중에서도 두드러지게 현실적이다. ‘자신의 한계를 무시하지 마라-40대쯤 되면 가능과 불가능이 정해진다. 가능한 일에 집중해야 한다.’

리스트 중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멘토놀이 하지 마라’였다. 힐링과 멘토가 넘쳐나는 시대, 보다 젊은 세대에게 무어라도 조언하고 싶을 법한 40대에게 이 리스트는 시니컬하게 덧붙인다. ‘네 할 일이나 잘해라’고.

‘40대 아저씨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 남성잡지의 5월 기획으로 나왔던 게 SNS에서 추려진 것이다. 리스트에 공감한다는 40대 남성들의 댓글을 살펴보니 나이와 성별답게 무뚝뚝한 단문이었다. ‘에휴…’ ‘거의 다 해당사항’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다 해봤어야 하는 일 아닌가?’ 같은 댓글이 달렸다.

한국 경제의 허리 세대, 한 가정을 책임지는 남편이자 아버지. 대한민국 40대 가장은 오늘도 노후 준비, 자녀, 건강 문제 등 온갖 걱정과 고민을 짊어지고 회사로 출근한다. 한 누리꾼은 ‘40대에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바꿔 이유를 이렇게 달았다. ‘서태지는 잊어라-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온다. 소녀시대도 잊어라-기억하기엔 멤버가 너무 많다. 민주항쟁을 무용담처럼 말하지 마라-무용담까지는 아니지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들하고 아이 사교육 걱정하지 마라-사교육 아니고 무너진 공교육을 걱정한다….’

그러다 40대가 여전히 ‘젊음’임을 확인하는 한 대목. ‘자신의 한계를 무시하지 마라-한계라고 생각하면 이미 한계가 그려진다!’

김지영 오피니언팀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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