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번째 검찰수사 받는 ‘왕차관’ 반면교사 삼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이명박(MB) 정부에서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3번째 검찰 수사를 받게 될 것 같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은 조만간 박 전 차관을 소환해 원전설비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는지를 추궁할 방침이다. 이규철 한국정수공업 회장은 최근 검찰에서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낸 이윤영 씨가 나에게 박 전 차관에게 줄 로비자금을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이 회장으로부터 수주 청탁과 함께 3억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그제 구속됐다. 검찰은 원전비리에 MB 정부 실세였던 ‘영포라인(경북 영일·포항지역 출신)’이 직간접으로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원전비리가 권력형 게이트로 확산될 조짐이다.

박 전 차관이 뇌물을 받았는지는 아직 모른다. 이 회장의 진술만 있을 뿐이어서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 MB 정부 핵심 실세였던 그는 이미 서울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민간인 불법사찰에도 직권을 남용한 죄가 드러나 두 사건을 병합한 재판에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9000여만 원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원전비리에까지 가담했다면 죄목은 3개로 늘어나게 된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을 포함해 영포라인이 원전설비 수주와 관련해 어떤 비리에 연루됐는지 한 점 의혹 없이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권력형 비리 척결은 정치 보복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통령과 가까운 실세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각종 이권사업에 간여해 자기 잇속을 챙겼다면 일벌백계(一罰百戒)로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가 5년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청와대에서 활동했던 권력의 핵심 측근들이 정권 말기만 되면 쇠고랑을 찬다.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후진국형 현상이다. MB 청와대의 핵심 실세였던 한 인사는 “권력은 마치 어두운 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불꽃 축제와도 같았다”면서 “그러나 한순간 불꽃이 터지고 나면 허망하기 짝이 없다”고 회고했다. 박근혜 정권의 실세라는 사람들도 3번째 검찰 수사를 앞둔 박 전 차관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평소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민주화와 함께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되면서 권력의 영화(榮華)는 짧고 고통은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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