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해 “빚이 많다. 경영이 방만하다” 등의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다. LH의 부채는 138조 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28%에 해당하고, 부채비율도 497%로 다른 공공기관 평균보다 2.5배 이상 높으니 그런 이야기가 나올 만도 하다.
필자는 LH 비상임이사로 일하면서 처음에는 이런 LH 부채를 두고 통합되기 전에, 재무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조직 확대만을 위해 맹목적으로 사업을 수행해 온 결과이고, 매년 빚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사실 LH 부채는 LH가 공기업으로서 공적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해야 할 사업, 즉 정책사업(서민 임대주택사업, 세종·혁신도시사업, 보금자리사업, 개성공단 건설, 여수엑스포 등)을 수행한 유산이 바로 LH의 부채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서민용 임대주택사업에 41조 원, 보금자리사업에 24조 원, 세종·혁신도시사업에 8조 원, 산업단지사업에 4조 원 등 총부채의 56%인 77조 원이 국가 정책사업에 따른 부채다.
특히 국민임대주택사업은 약 66만 채를 건설하였으나 손실사업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임대주택 한 채를 지을 때마다 약 1억 원씩 부채가 늘어나고 있고, 임대주택 노후화에 따른 수선유지비나 감가상각비 발생으로 지난해 임대주택 관리손실이 7000억 원이 넘고 있다.
LH 부채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은 LH 고유의 사업 구조에 있다.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초기에 대규모 자금이 한꺼번에 집중 투자되는 반면 회수는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지난 10년 동안 세종시, 혁신도시, 신도시, 보금자리주택사업 등 정부 정책사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투자는 재무 역량을 초과하여 급증한 반면 회수는 지연되는 ‘미스매치’ 결과가 다름 아닌 지금의 부채인 것이다. 더구나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 또한 LH 부채를 장기화하고 있다.
이러한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LH는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 통합 이후 지금까지 LH 경영진은 121조 원 규모의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직원 800여 명이 직장을 떠나야만 했고, 남아 있는 직원들 또한 임금 10%를 반납했다.
박근혜정부는 분양주택을 줄이고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주택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기대되는 것이 임대 형태의 ‘행복주택’이다. 문제는 사업비다. 철도 용지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하여 아파트를 짓는 건축 방식은 토지 취득비는 들어가지 않지만 보완적으로 인공대지 조성비가 많이 필요하고, 준공 후 매년 건물에 대한 감가상각 등으로 사업시행자에게는 재무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주택은 LH가 대부분 건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부채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새 정부 주택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행복주택에 대한 다양한 정부 지원방안이 검토되어야 하고, 특히 재정지원 현실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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