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엘롯기 동맹’과 가을야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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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1995년은 프로야구 역사에 기념비적인 해다. 처음으로 500만 관중(540만6374명)을 돌파했다. 2009년 592만5285명을 기록할 때까지 13년 동안이나 단일 시즌 최다 관중으로 남아 있었다. 전년도인 1994년보다 관중이 28.9%나 급증한 것은 전국적으로 팬층이 두꺼운 LG 롯데 KIA가 최초로 함께 4강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해 정규시즌 최종 순위는 LG 2위, 롯데 3위, 해태(현 KIA)가 4위였다. 비록 3, 4위 팀의 승차가 3경기를 넘으면 준플레이오프를 개최하지 않는다는 당시 규정에 따라 롯데에 4.5경기 뒤졌던 해태는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지만 이들의 동반 선전은 정규시즌 막판까지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러 모았다.

화려했던 1995시즌을 끝으로 세 팀은 함께 4강에 오른 적이 없다. 특히 2001년부터 8년 동안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4강은 고사하고 돌아가며 꼴찌(롯데-롯데-롯데-롯데-KIA-LG-KIA-LG)를 했다. 세 팀 팬들이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만들어낸 말이 바로 ‘엘롯기 동맹’이다.

2008년부터 롯데가 5년 연속 가을잔치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와해된 ‘엘롯기 동맹’이 부활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위로의 대상이 아니다. 25일 현재 LG KIA 롯데는 나란히 3∼5위에 올라 있다. 세 팀과 2위 넥센의 승차는 1경기 안팎이라 사실상 모두 4강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한 달 전만 해도 롯데는 6위, LG는 7위에 처져 있었고 KIA 역시 이달 초 6위까지 추락했던 터라 ‘엘롯기’의 최근 돌풍에 팬들은 더 열광하고 있다. 특히 LG는 최근 15경기에서 12승 3패의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승리는 팬들을 야구장으로 불렀다. LG의 올 시즌 안방 30경기 평균 관중은 1만9933명으로 9개 구단 가운데 1위다. LG는 2007년(1만4304명) 1위를 마지막으로 관중 동원에서 롯데와 두산에 밀려 5년 연속 3위에 그쳤다. 올스타 인기투표에서도 LG의 바람은 거세다. 2주째 중간 집계에서 LG는 웨스턴리그(LG 넥센 KIA NC 한화) 11개 전 포지션을 싹쓸이했다. 역대 올스타전에서 모든 포지션을 한 팀이 차지한 것은 지난해 롯데가 유일하다. ‘숨어 있던 LG팬’들이 모처럼 어깨를 으쓱거리며 야구장을 찾는다는 말도 나온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를 마지막으로 10년 내리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프로야구는 정규시즌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프로야구 흥행을 이끄는 세 팀의 동반 상승이 시즌 초반 주춤했던 인기를 되살리는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엘롯기 동맹’을 가을잔치에서 볼 수 있을까.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프로야구#엘롯기 동맹#롯데#KIA#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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