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영무]시진핑 총서기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등 양회(兩會) 개회 중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시위꾼들을 단속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반북(反北)여론을 더욱 달구고 있는 것은 시위보다 중국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다. 중국 내 반북 시위자들은 북한을 ‘불량국가’ ‘쓰레기’ ‘미친개’ 등으로 부른다.

그런가 하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인 쉐시(學習)시보의 덩위원(鄧聿文) 부편집인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중국은 제멋대로인 북한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유는 북한 정권은 조만간 붕괴할 것이고 북한이 핵무기를 중국에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해결책은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이제 시진핑 시대가 열린다. 시진핑 총서기가 잇따른 핵실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의 호전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주목된다.

남북 분단 후 68년간 북한의 대남 행태는 상시적 호전성과 포악무도(暴惡無道)한 패륜 일변도였다. 또 북한 정권은 절대다수 주민을 집단 기아에 몰아넣으면서도 식량 구입에 써야 할 35억 달러(약 3조7000억 원)를 핵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낭비했다. 그리고 만성적 식량 부족은 인도주의라는 명분 아래 한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에 떠넘겨 왔다. 집단 기아와 폭정, 주민들의 희생 위에 쌓아올린 것이 북한의 핵폭탄이다.

북한은 주민들의 눈과 귀, 입을 막고 저항하는 양민들은 스탈린 시대의 수용소 군도와 같은 정치범수용소에 감금, 고문, 처형하고 있다. 헐벗고 주린 자들이 마지막 생존을 위한 한국행 탈북조차 못하게 중국과의 국경을 철조망으로 봉쇄하고 탈북자들을 사살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국경은 제2의 베를린 장벽이 됐다. 북한은 김정은과 그 가족, 측근 등 10%를 위한 노예사회이며 핵 개발은 노예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국가는 성립과 유지의 정당성을 갖춰야 하지만 북한은 두 조건 모두 실격이다. 북한은 스탈린이 한반도 공산화 수단으로써 김일성을 내세워 출범시킨 옛 소련의 위성국이며 주민들의 민주적 선택을 받지 않는 폭정의 세습 전제왕조다.

필자는 한국과 중국의 이념은 달라도 중국이 지향하는 미래상은 종국적으로 한국처럼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동양적 민주주의라고 확신한다. 중국 안에서조차 북한이 불시에 광견(狂犬)으로 돌변해 중국에 배은망덕한 핵전쟁의 불씨를 터뜨릴지 모른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중국이 동북아에서 인류 공멸의 핵전쟁을 예방하는 길은 북한을 도태(陶汰)시키고 한국의 자유통일을 도와 한중이 서로 윈윈하는 것이다. 탄압받는 북한 주민을 위해 폭정을 제거하는 권리는 맹자의 역성혁명론(易姓革命論)과 존 로크의 저항권에도 나오듯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북핵 문제는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 안정과 공동 번영의 틀을 창조하기 위해 반드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양국의 공통 과제이며 시 총서기의 역할에 따라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적시의 한 바늘이 사후의 열 바늘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격언처럼 그가 원대한 시각과 미래에 대한 혜안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

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북한의 3차 핵실험#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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