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MB사업’ 감사 의결은 죽은 권력에 칼 대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8일 03시 00분


국회가 그제 본회의를 열어 이명박 정부의 간판 사업인 4대강 사업과 한식 세계화 지원사업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MB 정부의 두 가지 핵심사업에 대한 감사에 여야 구분 없이 압도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사저(私邸)로 돌아간 지 이틀 만이고,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바로 다음 날이다.

이번 국회 의결로 이 전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命運)을 걸고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2009년 공사 착공 이후 3번째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됐다. 감사원이 이 전 대통령 퇴임을 코앞에 두고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을 지적한 감사 결과를 발표해 ‘정치 감사’ 논란이 일었던 게 엊그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국회까지 가세한 것이다.

국회가 의결한 4대강 감사 제목은 ‘4대강 수질개선을 위한 총인(總燐)처리시설 입찰 관련 감사요구안’이다. 4대강 수질개선을 위해 2010년부터 추진해온 총인처리시설(화학약품을 넣어 물속에 녹아있는 인(P)을 제거하는 시설) 사업을 둘러싼 낙찰비리다. 민주통합당의 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13일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원이 두 차례 벌인 4대강 감사 때는 왜 이런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고 이제야 국회가 나서는지 모르겠다.

이에 앞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김윤옥 여사가 의욕을 갖고 추진한 한식 세계화 사업 감사를 의결했다. ‘영부인 프로젝트’로 불린 이 사업에서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비 50억 원을 당초 계획대로 사용하지 않고 49억6000만 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다.

대통령 사업이든 영부인 프로젝트든 성역(聖域)이 있을 수 없다. 비리나 부실 의혹이 있으면 감사를 받거나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감사원이 늑장을 부린다면 국회가 나서 감사를 요구할 수 있다. 문제는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선 침묵하다가 죽은 권력이 되고 나서야 칼을 들이대는 국회의 행태다. 이처럼 중차대한 사업이 잘못됐다면 임기 중에 제동을 걸어 바로잡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 임기 중에는 아무 말 않고 있다가 청와대를 떠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감사를 요구하는 국회의 모습이 의젓하지 못하다. 이런 식이라면 박근혜 정부 5년 동안에도 감시를 게을리하거나 알고도 묵인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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