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동정민]그들이 칼퇴근해야 박근혜 정부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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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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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정치부 기자
동정민 정치부 기자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이름이 낯선 독자들이 많을 터. 그러나 여의도 바닥에선 4선 중진 의원보다 유명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회에 들어온 1998년부터 함께한 보좌진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들의 별명은 ‘3대 천황’이자 ‘3대 환관’이다. 그만큼 박 당선인의 핵심 측근이란 얘기다.

이들에 대한 소문은 대선 전부터 지금까지 꼬리를 문다. “매주 토요일 아침 당선인이 이들과 삼성동 자택에서 모든 사안을 결정한다” “이들이 강남의 별도 장소에서 내각 인선을 다 하고 있다” “이들이 당선인에게 올라가는 보고를 스크린한다”….

이들은 억울할지도 모른다. 당선인과 많은 일을 함께 하는 것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와 편하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 업무 능력이 탁월한지도 모른다. 당선인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다.

이들은 일 년째 출퇴근 시간이 없다. 정호성은 14년간 보좌한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날에도 다음 날 새벽까지 홀로 사무실을 지키며 밤새 대국민 인사말을 썼다. 당선인에게 보고할 자료가 시간 내 오지 않자 이재만이 한밤중에 보고서 작성자의 집 앞에 가서 기다리는 것을 본 이도 있다.

주변의 경계 눈초리가 커지면서 3인방은 사실상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식사도 친분이 있는 극소수하고만 한다. 출입 기자 중 이재만의 얼굴조차 모르는 이도 꽤 많다.

문제는 청와대 입성 후다. 3인방은 당선인과 관련된 업무 대부분을 보좌하고 있다. 이재만은 인선 업무와 정책 조정, 정호성은 메시지 작성, 외교안보 정책, 정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안봉근은 인수위의 총무를 맡으며 당선인과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3인방이 아무리 유능한들 국정 운영을 이들이 도맡을 순 없다. 박근혜 정부 앞엔 청와대와 내각의 역량을 극대화시켜도 풀기 힘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청와대 내 ‘업무 민주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들이 독점하고 있는 업무를 능력 있는 다른 이들에게 ‘분양’해 줘야 한다.

게다가 청와대 구성원들은 당선인의 최측근인 이들의 눈치를 살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들보다 당선인의 철학과 국정 운영 방향, 스타일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의견이 곧 박 당선인의 의견처럼 비칠 가능성도 크다.

유혹의 손길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눈치 빠른 기업들은 이미 ‘3대 천황’과의 접촉선을 찾느라 분주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들에게 도덕적인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 리더십에 치명타가 된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안 측근비리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형(이상득 전 의원)보다 최측근 보좌진인 김희중 부속실장이 구속됐을 때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가족도 없는 당선인의 충격은 더 클 거다. “더이상 흘릴 눈물이 남지 않았다”고 했던 박 당선인은 3인방과 같이 일했던 이춘상 보좌관이 변을 당했을 때 매일 눈물을 흘렸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 정부#핵심 측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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