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 칼럼]교육감선거의 거짓과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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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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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 수석논설위원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후임자를 뽑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다음 달 1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우파 진영의 단일 후보로 나서는 문용린 후보는 출마의 변을 통해 “우리 서울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좌파 진영의 단일 후보인 이수호 후보는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행복한 교육을 위해 교육혁명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정당의 불법 개입과 ‘자리 탐하기’

그러나 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치러진 역대 교육감선거는 결코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준 선거가 아니었다. 직선 교육감들은 아이들에게 행복한 교육을 제공하지도 못했고, 학부모에게 “교육감을 잘 뽑았다”는 만족감을 준 적도 없다. 후보들의 다짐과 각오가 현란하고 거창할수록 현실과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배신감, 겉과 속이 다른 위선에 대한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교육감선거의 첫 번째 위선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여야 정당이 관여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는데도 거의 노골적으로 개입을 한다는 점이다. 2009년 4월 경기도교육감 선거 때 김상곤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당시 민주당의 이해찬 천정배 등 유력 인사와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이정희 의원이 참석했다. 야권이 김 후보를 지원한다는 신호였다. 당시 한나라당도 마찬가지였다. 우파 진영의 후보였던 김진춘 후보의 유세장에 원유철 안상수 임태희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재선거에서도 문용린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캠프에 있다가 출마해 “여당 쪽에서 낙점한 인사”라는 논란을 불렀다. 이수호 후보는 어제 민주통합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나 민주당의 교육정책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번 선거는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구도로 인해 박근혜 후보와 문용린 후보, 문재인 민주당 후보 또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이수호 후보가 각각 한 묶음으로 인식되는 일종의 ‘러닝메이트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정당과 밀착돼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관련이 없다”고 거짓을 말해야 하는 교육감선거의 모순을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두 번째 위선은 소속 진영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교육감 자리를 탐내면서도 “오로지 학생만을 생각한다”고 사탕발림을 하는 것이다. 좌파 쪽에서 그동안 내세운 후보들은 교수단체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소속이거나 전교조 출신이 대부분이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2008년 첫 직선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주경복 건국대 교수가 민교협 멤버였다. 민교협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대강, 제주 해군기지 등 야권이 반대하는 이슈에 대해 줄곧 같은 목소리를 내왔다.

미래 세대에 비리 전수할 건가

이들 가운데 김상곤 곽노현 교육감이 도입한 ‘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는 오래전부터 좌파 진영이 구상해온 것들이다.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들이 많이 배치된 ‘전교조 학교’라는 비판을 받았고, 학생들에게 시위를 허용하는 ‘학생인권조례’는 어린 학생들에게 일찍부터 진보 성향을 심으려는 의도라는 논란을 빚었다. 반면에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이 취약 계층의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 앞길을 열어줬다는 훈훈한 스토리는 들리지 않는다.

진보 교육감들이 전교조와 좌파 진영의 과제들을 일사불란하게 따라가는 것을 보면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학생을 잘 교육하는 일이 아니라 진영 논리에 있다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야권이 진정 교육을 걱정하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민교협 전교조 등 이념편향적인 단체 출신 말고 교육계 안팎에서 존경 받는 인사를 교육감 후보로 내세울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

세 번째 위선은 후보들이 직선제를 ‘교육 자치의 꽃’이라며 칭송하면서도 무시로 저지르는 비리다. 2008년 직선제로 선출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교육청 간부들에게 1억4600만 원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낙선한 주경복 후보는 선거비용 34억 원 가운데 9억 원을 전교조로부터 받은 혐의로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도덕성만큼은 자신 있다던 곽노현 교육감은 후보매수죄로 교육감직을 잃었다. 2010년 시도 교육감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은 각각 30억, 40억 원에 이르는 선거비용을 썼다고 신고했다. 한 후보는 “재벌 집안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돈이 든다”고 토로했다. 당선 이후 선거에 쓴 돈을 회복하기 위해 검은 거래의 유혹이 상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육감선거는 선거이기 이전에 모든 학생이 지켜보는 생생한 교육장이라는 점에서 거짓과 위선은 더 큰 해악을 준다. 우리 사회는 교육감선거를 거듭하며 학생들에게 ‘이익을 위해 법은 어겨도 된다’ ‘권력은 자기편을 챙기기 위해 잡는 것’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말라’는 불량 메시지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현행 교육감선거에 드리운 그림자를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교육감#교육감 직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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