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시집 와 살아보니]<1>오늘따라 고향에 있는 엄마 생각이…

  • Array
  • 입력 2012년 1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릴레이 기고

《 다양한 다문화 관련 기획을 통해 다문화시대를 맞은 한국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온 동아일보가 오늘부터 외국 출신 여성들의 에세이를 연재합니다.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5월부터 10월까지 부산 다문화 지원단체인 드림씨티 다문화공동체의 한국어 작문 수업에 참여한 이들은 한국살이를 하면서 마음속 깊이 담아 놓은 이야기를 원고지에 털어놓았습니다. 이들의 글을 편집해 소개합니다. 첫 번째로 태국에서 시집 온 르암사이 우사니사 씨의 글을 소개합니다. 12월이면 한국에 온 지 꼭 10년이 되는 르암사이 씨는 9세 딸과 7세 아들을 둔 주부입니다. 부산에서 살고 있는 그는 올 8월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보고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르암사이 씨는 그 친정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담았습니다. 》
르암사이 우사니사 (태국 출신·부산 거주)
르암사이 우사니사 (태국 출신·부산 거주)
잠자리에 누웠는데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태국 날씨는 계속 더워서 날씨가 덥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한국은 더울 때도 있고 추울 때도 있고 바람 불 때도 있고 변덕스러우니까 이렇게 더운 날씨는 정말 덥게 느껴집니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됐습니다. 제가 동화책을 읽어 준 아이들도 꿈나라에 갔습니다. 옆에 있는 남편도 더운 곳에서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잠자리에 눕자마자 바로 코를 골았습니다. 남편의 코고는 소리와 더운 날씨 때문에 더욱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열려 있는 창문을 바라봤습니다. 달이 둥둥 떠 있습니다. 며칠 있으면 보름달이 되려나 봅니다. 어제 보는 달보다 오늘 달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달을 보니 제가 살던 고향 생각이 납니다. 제 고향은 태국의 시골 마을입니다. 보름달이 뜨면 지금 하늘에 떠 있는 달보다 훨씬 아름답습니다. 달빛이 환해서 낮처럼 보입니다.

처음에 시집 와서 한국 생활이 힘들거나 외로울 때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 다른 집에선 친정엄마와 가족들이 병원에 와서 안부도 묻고 손녀 손자한테 빨리 나으라고 위로해 주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욱해서 울고 싶었습니다. 너무 부러워서 샘도 났습니다.

저는 항상 혼자였습니다. 혼자 아이를 돌봐야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주 아팠습니다. 잠시 아이한테 미운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친정엄마가 많이 생각납니다. 가까이 살면 속상한 일이 생길 때 엄마가 위로도 해줄 수 있고 힘든 일이 있으면 엄마가 도와줄 수도 있는데, 엄마와 떨어져 사니까 생각만 할 뿐입니다. 다행히 지금은 아이도 많이 컸고 아이 때문에 어려운 과정들이 지나갔으니까 저도 많이 편해졌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 보니 고향에 있는 엄마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이맘때면 태국에는 ‘어머니날’이 있습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거기 지금 몇 시냐? 늦었잖아. 왜 잠은 안 자고 있어?”

“오늘 날이 너무 덥고 잠이 오지 않아서 달을 보다가 엄마가 생각났어요. 한국에는 달이 너무 커요. 날도 덥고요.”

“어머, 한국도 그렇게 덥니?”

“네, 지금 날씨는 태국의 여름하고 똑같아요. 그래서 날이 더워서 잠이 오지도 않아요. 창문으로 달이 보이는데 달을 보니까 엄마가 보고 싶어서 전화를 건 거예요. 엄마, 지금 엄마가 있는 데서 달이 보여요? 어때요? 달이 커요?”

“달이야 크지. 내일이면 보름달인데…. 그런데 너희 나라에 더운 날씨가 있다니 참 신기하구나.”

날이 추울 때면 너무 추워서 힘들다고 엄마한테 하소연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날이 덥다고 이야기를 하니 엄마는 믿기지 않나 봅니다. 엄마와 떨어져 살아가고 있어도 같은 달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깰까 봐 아버지와 오빠의 안부만 묻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달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르암사이 우사니사 (태국 출신·부산 거주)
#고향#다문화#태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