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安 후보의 聖人 같은 말, 俗人의 삶

  • 동아일보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어제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2001년 10월 서울 문정동 올림픽훼미리아파트(49평형·162m²)를 매입하면서 신고가격을 실거래가보다 낮추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안 후보는 “어쨌든 잘못된 일이고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법적으로 시행된 것은 2006년 1월부터이므로 2001년 당시 실거래가로 신고하지 않은 것이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최고의 공인(公人)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고, 평소 도덕성을 강조한 사람이다. 그는 ‘안철수의 생각’이란 책에서 “법률을 위반하는 적극적 부패행위 외에 사회적 공익성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도 넓은 의미의 부패”라고 강조했다. 또 “탈세가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로 엄중하게 처벌해서 세금을 떼먹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운계약서 작성과 이에 따른 1000만 원 이상의 취득세 및 등록세 탈루는 이런 말과 배치된다.

안 후보 부부가 당시 관행인 기준시가대로 신고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는 당시 실거래가가 6억5000만 원, 기준시가는 최저 4억2000만 원에서 최고 5억2000만 원 수준인데 신고한 액수는 2억5000만 원이었다고 한다. 만약 기준시가보다도 턱없이 낮게 신고했다면 세금을 덜 내기 위한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안 후보는 교과서에 위인에 버금갈 정도로 묘사됐고 도덕성 수준도 남다른 것으로 일반인에게 인식돼 있다. 안 후보 스스로도 성인(聖人) 같은 말을 자주 했다. 그러나 검증에서 드러난 그의 실제 삶은 말과 행동의 괴리가 커 속인(俗人)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친이 사준 ‘딱지’ 아파트에서 살고 모친의 집에서 전세를 살고도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느니 “부모님께 손 벌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KAIST 교수 재직 시 무료로 제공되는 35평형 사택을 마다하고 학교 측에서 1억 원을 지원받아 60평형 전셋집에 산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그는 2005년 안랩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매년 15억 원가량의 주식배당금을 받으면서도 안랩의 사내이사로 등록해 1억5000만 원 안팎의 연봉을 받았다. 과거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거나, 올해 자신의 안랩 주식 절반을 사회에 기부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과연 어느 쪽이 안 후보의 진짜 얼굴인지 국민은 궁금하다.
#안철수#다운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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