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 文, 安의 묘소 참배로 본 역대 대통령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18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후보가 어제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태준 전 국무총리의 묘역을 참배했다. 나흘 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만 참배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행보와는 다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데 이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까지 참배했다.

안 후보는 ‘새로운 정치’를 대선 출마의 이유로 내세우면서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반(半)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건국 및 산업화와 민주화를 대표하는 두 거대한 세력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분열과 증오의 전선(戰線)을 형성하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건국과 산업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안 후보는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 곧 통합이자 새로운 정치임을 국립현충원 참배를 통해 보여준 셈이다.

문 후보는 박근혜 후보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데 대해 조금 토를 달긴 했지만 “국민통합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문 후보는 평소 “적대적 경쟁 문화를 상생과 통합의 문화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말도 자주 했다. 그러면서도 국립현충원에 가서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외면했다. 그는 “가해자 측의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통합이 가능하고, 그렇게 된다면 언제든 묘역을 찾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국민통합을 바라보는 시각과 역대 대통령관(觀)에서 박근혜 안철수 후보와 큰 차이를 보인다.

안 후보는 “역사에 공과(功過)가 있다면 공은 계승하고 과는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역사관과 이념좌표를 살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간사나 세상사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게 마련이다.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공이 몇 할이고 과가 몇 할인지는 평자(評者)마다 다르겠으나 과만 부각해 배척하고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은 편협한 역사인식이다. 진정한 의미의 역사 발전을 이루기도 어렵다.

대한민국은 광복 이후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아직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자유와 민주주의를 달성했고, 경제 규모는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으로 성장했다.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빠졌다면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이런 성취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묘소 참배#대통령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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