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리비아 테러 용서받을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4일 03시 00분


리비아 극렬 시위대의 미국대사 살해는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다. 리비아 정부는 미국과 힘을 합쳐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해 4명의 미국 외교관을 살해한 범인들을 반드시 체포해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외국 외교관에게 다시는 불행이 닥치지 않도록 공관 보호 대책을 강화하는 것도 리비아가 할 일이다. 외교관 보호는 모든 주권국가의 의무다.

리비아 시위대는 9·11테러 11주년인 11일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을 공격했다. 시위대는 유대계 미국인이 제작한 ‘무지한 무슬림’이라는 영화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모독했다며 각종 무기로 영사관을 폐허로 만들었다. 영사관 공격은 극단 반미세력이 시위대에 끼어들어 저지른 계획적인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

사망한 스티븐스 대사는 리비아 국민의 반독재 투쟁을 적극 도와준 ‘리비아 민주화의 친구’였다. 그는 지난해 4월 반독재 시위의 거점이던 벵가지에 공사로 부임해 리비아가 무아마르 카다피의 42년 독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올해 8월까지 주리비아 대사로 근무하며 스티븐스와 친분을 쌓았던 조대식 외교통상부 기획조정실장은 “리비아에 대한 애정, 민주화와 재건에 대한 그의 열정은 남달랐다”며 안타까워했다.

영화 등을 통한 공개적인 종교 모독은 신도들을 불쾌하게 하는 도발이다. 이슬람은 종교 모독에 특히 민감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테러를 규탄하면서도 “미국은 다른 국민의 종교적 신념을 훼손하는 모든 시도를 용인할 수 없다”며 이슬람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애썼다. 영화 ‘무지한 무슬림’의 이슬람 모독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테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벵가지 시민들은 어제 “살인자들은 벵가지도, 이슬람도 대표하지 않는다”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테러 규탄 시위를 벌였다. 종교 모독이 언짢기는 해도 살인 범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일부 극단세력의 테러를 규탄하고 신도들의 자제를 촉구해야 한다. 잔혹한 테러가 계속되면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라는 주장이 무색해진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이 민주화를 향해 걸음마를 하고 있는 신생 리비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슬기로운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리비아#시위대#미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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