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부터 감정적 대응 자제할 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2일 03시 00분


일본은 북방 4개 섬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홋카이도와 캄차카 반도 사이에 있는 쿠릴 열도 남단의 4개 섬은 일본이 역사적 연고를 갖고 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는 중국이 역사적 연고를 갖고 있으나 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시모노세키 조약을 통해 청나라로부터 할양받은 이후 실효적 지배를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독도는 일본이 주장하는 영토 분쟁의 대상이 아니다. 독도는 신라시대 이래 울릉도의 부속도서로서 한국 영토이고 실효적으로도 우리가 지배하고 있다. 1905년 한국 침략을 노골화하면서 독도를 시마네 현에 포함시킨 일본이 독도의 역사적 연고를 주장하는 것은 한반도 내륙 지방의 연고권을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가 어제 독도 영유권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공동 제소하자고 제안하는 외교문서를 우리 정부에 전달했지만 우리가 대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본의 ICJ 제소 제안은 남의 소유물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다 거부당하자 법정에 가자고 떼를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이어진 일왕 관련 발언에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와 무관한 자리에서 한 교사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었다는 점을 일본은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일왕의 과거 ‘통석(痛惜)의 염(念)’ 같은 사과의 발언을 비판한 내용이 일왕을 모독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일본 헌법에서 일왕이 국민통합의 상징이라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대통령은 국가원수다. 그 정도를 모독으로 본다면 한국 대통령을 비난하는 일본 정치인들은 무엇인가.

일본은 일단 ICJ 제소 제안 외에 한일 통화스와프 규모 축소, 한국과의 각료급 회의 중단 등 다른 보복책은 취하지 않고 “앞으로의 상황 추이를 봐 가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확전을 아예 유보한 것인지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 가겠다는 것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일본은 어느 모로 보나 감정적 대응을 자제할 때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ICJ 제소에 주도면밀하게 대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양국 간 외교 관계의 복원을 위한 출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본#센카쿠 열도#영유권#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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