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자전거 바퀴를 굴리는 소년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본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자락의 백사마을. 좁은 골목마다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곳이다. 현대식 건물과 아파트로 가득한 서울 한쪽 끝에는 이렇게 40, 50년 전 모습 그대로인 동네가 있다. ‘情(정)’과 ‘쉼’이라는 글자가 쓰인 벽화를 바라보는 소년의 얼굴이 편안하다. ‘빠르게, 빠르게’를 외치며 분주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느리게 골목길, 오르막길을 걸어 보지 않겠느냐고 권하는 듯하다. 백사마을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최근 발표된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라 일부 지역은 보전구역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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