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25>‘여백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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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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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야 채울 수 있다. 그림은 곽호진 작가의 ‘Sailing on the Golden Forest’. 포털아트 제공
비워야 채울 수 있다. 그림은 곽호진 작가의 ‘Sailing on the Golden Forest’. 포털아트 제공
느림의 연장선상에 ‘비움’이 있다. 빽빽한 스케줄에 느림을 적용하면 시간 중간 중간에 텅 빈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많은 이들은 이 비움, 혹은 비워짐이 의미가 없거나 별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 비움이야말로 또 다른 채움과 충만을 위한 ‘결정적 배후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노자(老子)는 이렇게 말했다.

“바퀴살 서른 개가 모두 한 개의 바퀴 중앙으로 모여 있다. 그러나 모인 자리가 비어 있어 그곳으로부터 수레의 쓰임이 생긴다. 흙으로 그릇을 만들되 그릇의 빈 곳으로부터 그릇의 작용이 일어난다. 문과 창을 내어서 방을 만들지만 그 비어있는 곳이 방으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있음’을 ‘이로움’이라 하고, ‘없음’을 ‘쓰임’이라 하는 것이다.”(‘도덕경’ 11장)

결국 꽉 찬 것이 그 존재의 의의를 가지기 위해서는 비움이 있어야 하고, 그 비움이 있어야만 꽉 찬 것도 쓰임새가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삶 속에서의 비움이란 곧 일상에서 ‘여백’을 확보하는 일이다. 별 쓰임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이 여백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또 다른 외면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씩 ‘생각주간(Think Week)’이라고 명명된 휴가를 떠난다. 일정을 꽉 잡아 여러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게 아니다. 혼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있는 소박한 별장으로 간다. 그곳에서 미래 10년을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세운다고 한다. 게이츠의 휴가는 그의 삶에서 완벽한 ‘여백의 시간’이다. 그는 비워진 여백을 통해서 ‘미래의 쓰임’을 발견해내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여백을 확보하는 건 쉽지 않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어떻게 시간을 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비우지 않으면 결코 채울 수 없다’는 점을 각인하고 비움의 중요성을 인식해보자. 의식적이고 계획적으로 여백을 만들어야 한다. 그 텅 빈 시간을 음미하다보면 어느덧 좀더 풍성해지는 일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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