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학올림피아드 세계 1등, 한국의 희망을 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8일 03시 00분


한국 고교생들이 100개국 548명의 영재가 참가한 제5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첫 종합 1위를 차지했다. IMO는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20세 미만의 각국 대표들이 대수 기하 정수론 조합 같은 고난도 문제를 겨루는 ‘청소년 수학 올림픽’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단 6명은 상위 10%에게 주는 금메달을 모두 수상했고, 종합점수 209점으로 2위 중국(195점)과 3위 미국(194점)을 앞섰다. 세계 정상에 오른 수학 영재들이 장하고 대견스럽다.

이달 서울에서는 수학교육 분야의 올림픽 격인 국제수학교육대회가 열려 140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수학 교육자 4000여 명이 바람직한 교육법을 모색하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가운데 IMO 우승 소식이 전해져 우리 수학계는 크게 고무됐다. 이 영재들이 쑥쑥 자라난다면 앞으로 필즈상 수상자가 나오리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필즈상은 4년마다 열리는 국제수학자대회에서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린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3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중국과 베트남도 수상자를 냈지만 한국인은 아직 없다.

한국 학생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수학 부문과 IMO에서 늘 선두권에 들지만 최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은 그에 못 미쳤다. 공식을 암기해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계산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논리적 사고와 창의력을 요구하는 수학에는 약하다. 수학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대학입시에 반영하지 못하게 하자 IMO에 대한 관심도 줄어 작년 대회에선 13위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 개인 부문 2위에 오른 김동률 군은 문제풀이나 주입식 교육 대신 스스로 원리와 개념을 깨치는 공부 방법이 몸에 뱄다고 한다.

한국에서 수학은 사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과목이지만 입시가 끝나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점수 따기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실생활과 연계한 즐겁고 흥미로운 학습법이 교실에 뿌리내려야 수학 실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수학은 현실성의 모태에서 태어나 합리성의 토양에서 자란다’란 말이 있다. 수학을 ‘학문의 아버지’ ‘과학의 어머니’라고 일컫는 이유다. 우리 학생들이 PISA, IMO 같은 국제평가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것은 미래 한국의 희망을 보여 준다. 이들을 따뜻하게 격려는 못해줄망정 편협한 이데올로기의 잣대로 값진 성과를 폄하하는 시각은 바로잡아야 한다.
#수학올림피아드#국제수학교육대회#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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