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도진 민주당의 ‘서울대 폐지’病

  • 동아일보

민주통합당이 서울대 폐지를 올해 12월 대선 공약으로 내걸 태세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그제 “민주당이 집권하면 2017년까지 ‘서울대’ 명칭을 없애고 전국 주요 국립대학을 서울대의 캠퍼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학부에는 기초학문 분야만 남겨두고 지방의 거점 국립대를 학문별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서울대 입시경쟁으로 인한 사교육, 학벌 위주 사회, 대학 서열화 및 취업 차별 문제가 너무 심각해 ‘충격요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설사 다소의 폐단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울대를 폐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서울대를 없애겠다고 벼르다가 물러선 적이 있다. 민주당의 서울대 폐지 고질병(病)이 또 도진 모양이다. 선거 때 표를 얻으려는 욕심에서 인재 양성의 중점대학을 없애면 한국 대학교육을 크게 후퇴시킬 우려가 크다. 서울대를 없앤다고 해서 민주당이 제기한 해묵은 교육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학벌 타파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을 통해 긴 안목으로 풀어나갈 과제다. 서울대 폐지 공약이 당장은 대중의 심리에 영합할지 몰라도 글로벌 시대에 대학 경쟁력을 해쳐 결국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서울대를 없애면 그 다음 ‘서열’의 명문대학이 입시경쟁의 중심에 떠오르게 된다.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나 학부모의 교육열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도 없다. 대학의 학생 선발 재량권을 확대하고 다양한 전형 방법을 도입해 학생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다.

실력을 도외시한 학벌주의는 마땅히 없애야 할 관행이지만 학력과 학벌을 혼동해선 안 된다. 서울대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준다거나 서울대 출신이 모든 분야에서 노른자위를 차지하고 일자리를 독식한다면 잘못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려대 연세대 KAIST 포스텍 등이 괄목할 성장을 이루면서 서울대 독주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

서울대는 대학경쟁력을 높여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올해 초 국립대학법인으로 거듭났다. 국가 발전의 대들보와 기둥이 될 세계적 인재들을 길러내고, 다른 대학들과도 호흡을 맞춰 연구와 교육의 총체적 질을 높이는 선도 역할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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