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권순택]이 대통령, ‘간첩 훈장’부터 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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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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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논설위원
권순택 논설위원
주사파 대학생 출신 김덕용 씨는 2008년 5월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보상위)로부터 민주화유공자로 인정돼 보상금 420만 원을 받았다. 1985년 서울 노량진 횃불시위와 민정당사 폭력시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이 민주화 공로로 인정됐다. 그러나 그는 1993년 8월 김일성을 직접 만나 “남조선 혁명을 위한 지역 지도부를 구축하라”는 교시까지 받은 간첩이었다. 그는 지하조직 ‘왕재산’을 만들고 간첩 활동을 해오다 지난해 7월 구속돼 올해 2월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민주화보상위가 민주화유공자로 인정했을 때 그는 특전사 동계훈련 자료와 스마트폭탄 및 각종 야포의 제원 등 군사 정보를 북한 공작원에게 넘긴 것을 비롯해 20년 동안 반(反)대한민국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민주화보상위는 김 씨와 함께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임순택 씨에게도 2003년 7월 민주화유공자 보상금 1400만 원을 줬다. 1987년 주사파 조직 반미구국학생동맹의 조직원으로 활동하다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은 것이 ‘공로’였다. 지구상 최악인 북한식 사회주의를 이 땅에 건설하겠다며 민중혁명을 기도한 것이 민주화운동으로 둔갑했다.

대한민국 전복 기도자들을 대한민국 국민 세금으로 상찬(賞讚)한 것이다. 중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2005년 북한 정권으로부터 노력훈장을 받았다. 김정일 정권으로서는 ‘나의 조국은 북한’이라며 북한 독재정권을 위해 활동해온 이들에게 훈장을 줄 만했다.

황인욱 씨는 1992년 간첩 혐의로 징역 13년을 선고받았지만 1987년의 구국학생연맹 사건 관련자라는 사실만으로 2006년에 민주화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1월 출범한 민주화보상위는 그동안 1만5359건의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 안건을 심의해 1만3120건을 의결했다. 보상금과 생활지원금으로 4881명에게 준 돈만 무려 1114억 원이다. 민주화보상위는 이명박 정권에서도 사노맹 사건 관련자들을 비롯한 폭력혁명 세력과 종북세력에게 민주화 훈장을 달아줬다.

유동열 치안문제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민주화보상위가 인정한 민주화유공자 가운데 순수하게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한 사람은 10%밖에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화보상위는 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 실현을 위한 민주화운동’과 ‘친북 종북 활동’을 가리지 않고 ‘가짜 민주화유공자’를 양산해 종북 좌파 네트워크 확산을 부채질했다.

민주화보상위는 심의할 안건이 떨어져 내년 초에 간판을 내릴 모양이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할 일이 남아 있다. 민주화보상위법 제5조 ‘직권재심’ 조항에는 ‘위원회가 중대한 변경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재심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민주화보상위가 지금까지 이 조항을 적용해 결정을 취소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당장 간첩으로 확인된 왕재산 관련자들부터 재심해서 훈장을 취소해야 한다. 대한민국 파괴 활동으로 훈장 받은 자들도 반드시 재심해야 한다. 이를 그냥 두고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자들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화보상위가 종북세력에게 민주화유공자 훈장을 달아주도록 방치한 대통령의 말이라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민주화보상위의 잘못된 보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진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할 일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오늘과 내일#권순택#이명박#주사파#민주화보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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