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진성]나는 북한을 비판할 줄 아는 진정한 진보주의자다

  • Array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장진성 탈북시인·뉴포커스 대표
장진성 탈북시인·뉴포커스 대표
요즘 진보가 대세다. TV를 켜든, 신문을 펼치든, 심지어 커피숍에 가도 진보가 화제다. 누구나 바라는 모습의 진보가 아니다. 폭행의 진보에 모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하긴 통합진보당은 이번에 그릇된 진보가 통합할 때 일어나는 완벽한 마찰의 방정식을 보여주었다. 잡아당기고, 쥐어박고, 쓰러뜨리고…. 공중부양의 원조인 강기갑 전 의원마저 머리 숙여 사죄할 만큼 진보의 패싸움은 치열했다. 아니, 늘 격앙된 정치를 일삼던 그 분노들이 인내심을 잃고 아예 자체 폭발한 현장 고발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했다. 그렇게 용감했던 그들이 북핵, 3대 세습, 인권 유린과 같은 상식적인 질문 앞에선 바보가 되니 말이다. 사실 그 대답은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상식 이하의 것들이다. 평소 신념으로 간주했던 북한에 대한 ‘내재적 접근법’ 때문이었다고 변명하는데 어불성설이다. 통일 상대로서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 내재적 접근법이라면 북핵, 3대 세습, 인권 유린과 같은 북한에 현존하는 내재적 악습들도 우리가 인정해줘야 하는가. 북한은 백주에 우리 땅을 향해 대포를 쏘는데 우리는 그쪽에 대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도 못하는 것이 내재적 접근법인가?

굳이 보수와 진보로 편을 나누자면 북한에서 탈출한 나야말로 대한민국의 진정한 진보주의자다. 왜? 나는 북한의 세습 권력을 증오했고 그들 또한 나를 증오하기 때문이다. 독재권력이 미워한다는 것은 내가 확실히 진보주의자라는 명백한 증거다. 그뿐이 아니다. 나의 진보는 오늘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솔직히 통일된 한반도보다 더 진보한 한국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침체를 모르는 진보주의자다. 북한의 3대 세습 독재를 편들고,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진보’를 경멸하는 양심의 진보주의자다. 어찌 나 하나만이겠는가? 2만4000명의 탈북자 대부분도 그리고 김정은 정권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북한 주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남북통일이 지연되는 원인은 결코 북한 독재가 강해서도, 북한 주민이 우매해서도 아니다. 바로 통일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우리 남한부터 분열됐기 때문이다. 하나의 진실 앞에서도 둘로 갈라서는 아집과 대립의 구조가 지금껏 국토 분단을 용인해 왔던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극소수의 가짜 진보가 마치 진보의 주류인 듯 우리의 거리를 매일같이 점거한 데서 비롯된 착시현상 때문이다. 남한에만 진보이고 북한에는 3대 세습 내내 굴종해온 그 꼴통들이 종북의 정체성을 숨기고 진보의 투사로 둔갑해서다. 이 때문에 이번에 불거진 통합진보당의 갈등은 단순히 PD(민중민주)냐 NL(민족해방)이냐를 떠나서 밖의 데모만 알고 정작 내부의 분별이 없었던 대한민국 전체 진보진영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남한에서 7년밖에 살지 않은 이 탈북자의 눈에도 한국 진보의 조잡함이 훤히 보인다.

대한민국 진보는 진보다워야 한다고 본다. 현재 우리 민족 안에 민주주의나 인권이 북한보다 더 절박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땅을 밟지 않고 갈 수 있는 길은 어디에도 없는 법이다. 북한에 대해 긍정도 비판도 과감히 할 줄 아는 이성의 진보, 원칙의 진보, 행동의 진보가 통일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탈북자도 진보주의자라는 사실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장진성 탈북시인·뉴포커스 대표
#진보#북한#진보주의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