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국정감사 때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과 열린우리당 복기왕 의원이 경북도교육청에 요청해 각각 1.3t의 자료를 받은 적이 있다. 최 의원에게 전달된 자료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에, 복 의원에게 전달된 자료는 전국공무원노조 교육기관본부 경북지부에 건네진 것으로 확인됐다. 두 의원은 “자료가 너무 방대해 자체 분석이 힘들어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믿기 어렵다. 더구나 국회의원이 피감기관에서 받은 자료를 관련 단체에 건네준 것은 위법 행위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유야무야 넘어갔다.
국회의원들이 정부기관에서 제출받은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무분별하게 공개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전교조 합법화 이전에 경찰이 전국의 전교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을 때 여러 곳에서 국회 문광위 의원들에게 제출된 자료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17대 국회 때는 민주노동당 노회찬 권영길 의원과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한미동맹 정책구상(FOTA) 회의 문건, 군 ‘작전계획 5027’ 문건 일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록 등 안보 관련 기밀을 폭로한 적도 있다. 일심회 간첩사건에 연루됐던 모 국회의원 보좌관은 개성공단 진출 기업의 노무자료 등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통합진보당 소속 주체사상파 의원들의 국회 진출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무차별 자료 요청과 유출 가능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요 기밀이 외부로 새거나 심지어 북한의 손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설사 국가안보와 관련 없는 기밀이라 하더라도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면 국정 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국회의원들은 자료 요청을 대단한 특권인 양 여기는 경향이 있다. 국회법상 자료 요청은 반드시 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도 보좌관들까지 자료를 요구하고, 정부기관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응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국회의원은 소속 상임위와 무관한 정부기관에서 자료를 받기도 한다.
차제에 국회의원의 잘못된 자료요청 관행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정부기관에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꼭 필요한 것만 하고, 반드시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특히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이 기밀누설 주의 의무를 어기고 자료를 외부에 유출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적 추궁이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