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문가들의 대북(對北) 인식이 바뀌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스인훙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북한은 김정은 등장 이후 주요 동향을 중국에 일절 통보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중국 지도자들이 북-중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스 교수는 “김정일은 사망하기 1년 전까지 중국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많은 약속을 했는데 김정은은 출범 5개월 만에 이를 모두 뒤집었다”며 “이 같은 변화가 북한의 미래에 매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참석자들은 북한이 지난달 중국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거리 로켓 발사실험을 한 이후 전문가들의 북한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 진출한 중국 기업의 불만도 상당하다. 랴오닝 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진저 비서장은 “중국 기업의 북한 투자 가운데 70% 이상이 실패로 끝났다”며 “중국인들은 북한의 약속 불이행으로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어민 28명을 태운 중국 어선 3척을 나포했다가 2주 만에 풀어준 후 중국 언론과 국민 사이에 반북(反北)여론이 확산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북한 군인들이 중국 어부들을 구타하고 소지품을 강탈했는가 하면 중국 국기를 걸레로 썼다는 소식에 중국 누리꾼들은 북한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흥분했다. 중국 외교부도 분노한 여론을 의식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경제 원조를 제공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반대한 중국에 대한 배신이라며 대북 지원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 어부들이 영해를 침범해 불법 어로작업을 했더라도 북한은 국제법에 따라 피의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수사했어야 한다.
중국의 북한 정권 지원에 대한 논란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 후에도 치열했다. 북-중 혈맹관계를 중시하는 전통파는 기존 정책 고수를 주장했지만 국제적 관점에서 북-중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는 시각을 가진 자주파는 북한의 도발을 비호하면 안 된다고 맞섰다. 중국 정부도 국민의 분노와 전문가들의 대북관(對北觀) 변화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도 외면을 당하면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