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열어보니 메시지가 떠 있었다. “위대한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별세했다네요. 삼가 조의를 ㅠㅠ.”
놀라 게시판 격인 ‘뉴스피드’를 열었다. 여러 지인이 같은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회사 뉴스룸에 들어오는 외신 목록을 열어 보았다. 폴리니가 타계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그러나 마음이 켕겼다. 며칠 전 건강 문제로 연주 여행을 취소했다는 뉴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페이스북으로 들어왔다. 잠시 동안에 유명 피아니스트와 음악평론가, 공연기획사가 같은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잠시 후 새로운 소식이 덧붙여졌다. “폴리니의 조카가 별세를 확인했답니다. 명복을 빕니다.”
반전은 몇 시간 지나서야 이루어졌다. “사실이 아닌 것 같네요”라는 글이 줄줄이 뜨기 시작한 것이다. 첫 소식은 어떻게 전해졌는지, 조카가 확인했다는 말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바로 며칠 전 벌어진 일이다. 왜 이런 말이 퍼져 나갔을까.
연주여행 취소 소식에 누군가가 과잉반응해 “사망한 것 아닐까요?” 정도의 말을 했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한 사람이 “죽었답니다”라는 말을 SNS에 올렸을 것이다. 발화력이 큰 정보는 한 점에서 다점으로 퍼지고 증폭된 뒤 되돌아온다. 기자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평론가, 기획사를 포함한 여러 사람이 같은 말을 할 때는 정보에 권위가 부여되면서 (베이컨이 말한 바 ‘극장의 우상’!)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언뜻 이런 ‘오(誤)정보 공격’의 구조가 디도스 공격에 사용되는 ‘좀비 PC 만들기’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의 악성코드는 소수의 공격자에서 비롯된다. 악성코드가 침투한 대상은 스스로 ‘좀비’가 되어 이를 퍼뜨린다. 피공격자는 처음에는 탈이 없지만 수많은 좀비가 자신을 공격해 들어오면서 그 트래픽에 무력해진다. 괴담의 중간 전파자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정보에 속은 뒤엔 그 정보를 다시 퍼뜨리는 ‘정보 좀비’가 된다. 출처는 한 군데였어도 트래픽이 커진 괴담은 확실한 정보로 심어질 수 있다.
4·11총선일 유포된 ‘타워팰리스 괴담’을 떠올려 보았다. ‘오후 2시까지 타워팰리스의 투표율이 무려 80% 가까이 된다, 강남 부자들은 이렇게 자기 이익을 위해 똘똘 뭉친다’는 선동적인 내용이었다. 소설가를 비롯한 유명인들이 이를 확인 없이 퍼 날랐다.
이렇게 스스로 괴담의 좀비가 되는 일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먼저 ‘생각이 같은 사람’만 친구로 만들거나 ‘그들만의 사회’에만 귀를 기울이지 말 일이다. 선의와 열정으로 가득한 환경운동이나 ‘좋은 먹거리’ 운동에서도 과학의 외피로 가장한 괴담이 판을 치기 쉽다. 2008년의 수많은 광우병 괴담도 ‘같은 생각’만 오가는 인터넷 카페들이 그 산실이었다.
또 하나, 아는 사람이나 유명인의 전언보다는 공신력 있는 언론매체를 신뢰해 주기를 주문하고 싶다. 의견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공적인 책임을 부여받은 언론이 ‘타워팰리스 괴담’과 같은 소문을 사실처럼 보도하는 일은 드물다(경험상 아예 없다고는 하지 않겠으나 결국은 “사과합니다. 당분간 자중하겠습니다” 하는 데 그치지 않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마련이다).
대선의 해, 역정보와 마타도어가 기승을 부리기 좋은 환경이다. 사실이 아닌 말에 현혹돼 한 표를 행사하는 일이 누구든 없었으면 좋겠다. 하물며 본의 아니게 괴담을 퍼 날라 남에게까지 잘못된 영향을 주는 ‘좀비’가 된다면 땅을 칠 노릇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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