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돈희]국립무형유산원 건립 계기로 한국의 국격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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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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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돈희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장
임돈희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장
한국은 세계 무형문화유산 중심국이다. 세계 문화유산 정책을 실시하는 유네스코의 유형문화유산 분야는 서구가 헤게모니를 갖고 있으며 세계 유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산의 55%가 서구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무형문화유산은 그렇지 않다. 한국이 무형문화유산 보호에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형문화재 제도는 1962년부터 시행됐다. 2003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이 채택되었으니,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보호는 유네스코보다 40여 년 앞선 셈이다.

한국은 유네스코가 세계무형문화유산 정책을 펴는 데도 많은 기여를 했다. 우리 무형문화유산 전승제도인 ‘인간문화재’ 제도가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돼 유네스코에서 이 제도를 회원국에 권고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해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이 제정됐다. 또한 2004년 학문세계의 올림픽이라는 세계박물관대회가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됐다. 대회의 주제가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이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 무형문화유산의 중심국이라는 점을 세계가 인정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2012년은 중요한 해다. 총선과 대선이 있기도 하지만 한국, 나아가 세계 무형문화유산 지형까지 바꿀 문화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되는 시기다. 무형문화재 제도가 생긴 지 50년, 문화재청은 ‘무형유산법’(가칭) 제정을 통해 우리 무형문화유산의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무형문화재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지원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능력을 개발해 대중과 접점을 넓힐 수 있는 ‘국립무형유산원’이 전북 전주에 건립되고 있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세계 최초로 건립되는 무형문화유산의 전당이다. ‘한류’ 열풍의 근원인 전통문화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이때, 국립무형유산원의 건립은 전승자들이 예술세계를 마음껏 펼치고 무형유산을 발전 및 전승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국가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전승자와 정부가 튼튼한 협력체계를 구성하고 전통문화 보호와 민족문화 창달의 두 바퀴임을 각인해 무형문화재를 우리 문화의 주류, 세계문화의 한 축으로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표 목록에 등재되는 무형문화유산을 빨리 발굴하고 목록을 작성해 무형유산의 성격에 맞는 보호방식을 논의해야 한다. 전승 지원과 관리제도 개선도 점검해야 할 것이다. 무형유산 지식재산권의 국내외 보호활동을 강화하는 등 무형문화재 지킴이가 돼 주고, 무형유산 전승자들이 활력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전승체계도 다듬어야 한다. 세계의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한국이 공헌할 바가 무엇인지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국립무형유산원의 건립 이유다.

무형문화유산 중심국인 한국이 무형유산 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세계 문화지도가 달라진다. 국립무형유산원은 한국을 대표하고 국격을 높이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믿는다.

임돈희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장
#국립무형유산원#무형문화유산#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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