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용호]재외국민선거 확 뜯어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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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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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인하대 교수·정치학
김용호 인하대 교수·정치학
헌정사상 최초로 실시한 재외국민선거 결과가 참담하다. 재외국민 유권자 223만여 명 중 겨우 5만6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해 실투표율이 2.5%에 그쳤다. 이번 재외국민선거에 293억 원의 예산이 들었으니 표당 비용은 51만 원을 넘는다. 국내 유권자의 1만2000원과 비교하면 42배가 넘으니 재외국민선거 무용론이 나올 정도다. 이 제도는 2007년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에 따른 것이기에 헌재의 새로운 결정 없이 폐기할 수 없다. 성급하게 폐기론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다가오는 대선부터 더 많은 재외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행 제도는 선거의 공정성에 치중한 결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데 부족한 면이 있었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재외국민들이 관할 공관에 신고하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2월 마감한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 기간에 223만여 명 중 12만3000여 명만 등록했으니 이들이 모두 투표했더라도 실투표율은 5% 정도다. 한 자릿수 참여율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다. 따라서 재외국민의 투표 사전 신고제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유학생이나 상사 주재원을 비롯한 일시적 국외거주자는 우편으로 간단히 신고할 수 있으나 재외국민은 시민권 취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본인이 관할 공관에 나와서 신고하도록 했다. 원거리 거주자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신고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우편이나 인터넷으로 등록을 받고 투표하러 나오면 시민권 취득 여부를 확인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재외국민 선거인 명부를 선거 때마다 작성하지만 앞으로는 수시 명부 대신 영구 명부 제도로 바꿔 재외국민들이 선거 때마다 신고하는 번거로움을 덜어 주어야 한다. 단, 2회 이상 연속으로 투표에 불참하는 경우 선거인 명부에서 제외하고 재신고를 받으면 될 것이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공관의 협조 아래 영사순회제도 등을 활용해 재외국민 유권자를 찾아가서 등록을 받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재외국민 신고제도의 개선과 함께 투표 방식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본인이 공관의 투표소에 가서 직접 투표하는 것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편 투표나 인터넷 투표를 도입하고, 간이 투표소를 확대해야 한다. 물론 중국처럼 공관 외에 투표소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제도 개선과 함께 재외국민선거에 대한 홍보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재외선거를 위해 8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실효성이 적었다. 대상이 세계 107개국으로 흩어져 있어 산술적으로 1개국에 1억 원 미만의 예산이 투입돼 실효를 거둘 수 없었다. 그래서 공급자 중심의 편의주의로 홍보를 하다 보니 효과가 적었다. 앞으로 재외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수요자 중심의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 국회나 정당은 선관위나 재외공관에만 홍보를 맡겨두지 말고 재외국민들과 소통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무슨 영문인지 여야가 모두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재외국민 대표를 한 사람도 공천하지 않아 재외국민들이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재외국민들은 자신의 의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대표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이번 총선에 투표하러 갈 마음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재외동포사회가 정치화되고 파벌로 나누어지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정치적 차이와 파벌이 공식적인 선거 과정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정치학
#시론#김용호#총선#재외국민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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