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루탄 의거당’이 19대 국회도 活劇판 만든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지난해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같은 당 김선동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최루탄을 터뜨린 것을 ‘의거’라고 치켜세웠다. 김 의원은 23일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총포 도검 화약류 단속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8차례나 소환했지만 나오지 않고 버티자 조사도 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했다. 김 의원이 의원 신분을 방패 삼아 조사를 거부한 것은 ‘법 앞에 평등’이란 법치주의 정신을 부정하는 처신이다. 이 대표는 이런 김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원은 18대 국회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준 상징 인물”이라고 강변했다.

김 의원이 의안 처리를 막기 위해 최루탄을 터뜨린 행위는 세계 언론의 조롱거리가 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한국 의회가 종종 주먹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하긴 했지만, 김 의원이 최루탄을 사용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새로운 단계에 올라섰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을 찬양한 이 대표는 경선을 통해 야권연대 단일후보가 됐으나 여론조사 조작이 드러나 출마를 포기했다.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한 테러를 찬양하고 경선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사람이 대표로 있는 정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면 19대 국회에서 어떤 활극(活劇)판, 어떤 의정 폭거가 자행될지 두렵다.

의원의 의사표시는 법안 발의, 발언, 표결을 통해서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통진당에는 폭력을 선호하는 의원이 많다. 강기갑 의원은 국회에서 습관처럼 폭력을 행사하며 의사당 질서를 유린했다. 의회민주주의에서 다수는 소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지만 끝내 타협이 안 되면 다수결 원칙에 따라 표결하는 것이 기본이다. 최루탄을 터뜨리고 몸싸움으로 표결을 막는 것은 반(反)의회주의요, 법을 짓밟는 야만이다.

통진당은 최근 이 대표가 여론조사 조작 파문으로 사퇴하는 과정에서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당내 종북(從北)세력이 언론에 노출된 데 반발해 조선일보 기자의 출입을 금지하고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 통진당이 법적 대응을 할 수는 있지만 기자 출입 금지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를 짓밟는 행위다. 통진당은 그제 “남북관계를 고려해 비난하지 않는다”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에 불참했다. 의회주의와 법치주의 및 언론 자유를 부정하는 종북세력을 이번 총선에서 어찌할 것인지, 유권자들의 눈 밝은 심판이 요구된다.
#이정희#최루탄#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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