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북주의 색깔’ 뭉개고 넘어가는 게 反국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4·11총선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만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첫 공동논평에서 종북(從北)세력의 한 실체인 경기동부연합에 관한 언론보도에 대해 “시대착오적 색깔론”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야권연대의 정신’을 폄훼하는 움직임에 즉각 대처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자신들의 종북성을 문제 삼지 못하도록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다.

경기동부연합은 경선 여론조작 사건에 관련된 이정희 진보당 공동대표의 행보가 오락가락하는 과정에서 실체가 불거졌다. 경기동부연합은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을 장악한 범주체사상파의 핵심이다. 진보당은 “10년 전에 해산한 조직”이라고 주장했지만 진보좌파 진영에서 경기동부연합의 존재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민노당 출신인 진중권 씨가 증언한 대로 ‘김일성 신년사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묵념을 하고 회의를 하는 사람들’이 진실로 전향을 했다면 북한의 김정은도 들을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선언하기 바란다.

민노당 주사파 세력은 2008년 민노당에서 진보신당이 갈라져 나오면서 벌어진 종북주의 논쟁을 통해 종북파로 불렸다. 이들의 ‘색깔’은 진보좌파 진영 내부에서 규정한 것이다. 이 대표는 북한의 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체제에 대해 침묵했고, 6·25전쟁의 남침 여부에 대해선 “나중에 답변하겠다”며 얼버무렸다. 탈북자 강제송환과 북한 주민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거의 금기시한다. 스스로 종북적 색깔을 드러내면서 색깔론 공세라고 탓하니 ‘도둑이 매를 드는 꼴’이다.

천안함 폭침 2주기를 맞아 진보당과 민주당은 희생된 용사들을 추모하는 논평을 냈지만 폭침이 북한 소행임을 인정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니 추모도 보름 앞으로 다가온 총선 민심을 의식한 ‘전술’이라는 의심을 사는 것이다. 폭침의 원인을 말하지 않고 그저 추모만 하겠다니 사고사로 숨진 용사들을 추모한다는 말인가.

진보당은 민주당이 차기 집권을 위해 자신들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이용해 민주당을 종북좌파적 색깔로 물들이려는 기세다. 민주당 안에도 이미 종북세력이 존재하는 터라 야권연대를 계기로 양당의 종북성은 상승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제주 해군기지 반대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민주당을 종북으로 끌고 가려 한다. 민주당이 억울하다면 자신들의 정체성과 진보당과의 차이점을 국민 앞에 확실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사설#총선#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종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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