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가 미국과 프랑스의 지상파방송 토크쇼에 출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 대중음악이 드라마, 영화에 이어 한류의 한 축을 담당하며 한국문화를 세계에 전파한 것이다. 이는 양질의 문화콘텐츠 생산을 위해 흘린 예술인들의 피와 땀 덕분이다. 또한 그 뒤에는 우리 문화콘텐츠에 대한 정책적 보호가 있다.
영화산업의 스크린 쿼터제는 극장별 연간 상영일수의 20% 기간에 한국영화를 상영하도록 한다. 방송사업자에게는 편성 쿼터제가 있다. 지상파방송은 방송시간의 60% 이상, 케이블방송은 40% 이상 국내제작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한다. 장르별로는 대중음악 방송시간의 50% 이상, 영화 방송시간의 20% 이상을 국내콘텐츠로 편성해야 한다.
쿼터제의 취지는 우리 문화콘텐츠가 해외 자본에 잠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자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한국의 영화·드라마·음악 제작자에게 최소한의 유통시장을 보장해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을 유인하게 된다. 시장의 논리로 자생력을 갖기 어려웠던 시절부터 문화적 주권과 동질성 확보라는 가치실현을 위해 국산 콘텐츠를 정책적으로 보호했다.
스포츠방송 역시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 올림픽 같은 메가스포츠 이벤트는 방송의 사회통합적 가치가 인정돼 방송법에 의한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된다. 하지만 스포츠방송의 가치는 메가스포츠 이벤트 방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방송은 스포츠콘텐츠의 1차 생산자인 선수, 팀, 경기연맹으로 하여금 양질의 경기를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해당 종목 관람 및 참여인구의 확대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비 절감, 삶의 질 향상 등 사회복지적 가치를 이룰 수 있음은 물론이고 선수 자원의 안정적 수급으로 경기력 향상과 국가브랜드 제고에 기여하게 된다. 나아가 영화·드라마·대중음악과 같이 한국의 스포츠콘텐츠를 해외에 수출하는 스포츠한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방송 환경은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의 스포츠방송이 급감하는 추세다. 2010년 지상파 3사의 전체 방송량 중 스포츠 비중은 2.7%로 어린이 프로그램의 36% 수준이다. 2000년 대비 47% 감소한 수치다.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이 등장했지만 아날로그 케이블채널 가입자의 60%는 대부분 스포츠채널이 나오지 않는 보급형 이하의 상품에 가입돼 있다. 또 해외자본에 의한 국내스포츠 잠식이 심화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지상파 계열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의 스포츠방송 중 해외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에는 방송채널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 규제가 대폭 완화돼 국내스포츠 방송 편성의 비중이 현저히 낮아질 수도 있다.
이제는 스포츠방송 쿼터제를 제정해 스포츠 생산자들에게 최소한의 유통시장을 보장하고 양질의 스포츠콘텐츠 개발을 유도할 때다. 우선 방송법을 개정해 스포츠를 별도의 방송 장르로 구분해야 한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 장르는 ‘보도’ ‘교양’ ‘오락’으로 구분되며 종합편성을 하는 방송사는 장르 간 조화로운 편성을 하게 돼 있다. 현재 스포츠는 ‘오락’에 포함된다. 2010년의 경우 지상파 전체 방송 분량 대비 오락의 비중이 38%였으나 오락프로그램 중 스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7%에 그쳤다. 스포츠를 독립된 장르로 구분해 종합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에 최저 편성비율을 보장해야 한다.
영화와 대중음악에 대한 국내제작 프로그램의 최저 편성비율을 보장하는 것처럼 전체 스포츠 방송시간 중 국내스포츠 방송의 최저 편성비율을 보장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스포츠전문 케이블채널에서 국내스포츠가 해외스포츠에 잠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시청률이 저조한 종목의 방송을 전적으로 방송사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부족한 재원은 체육기금 등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