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축구 종목을 취재하고 있다. 축구는 야구 농구 배구 등 그 전에 취재했던 분야와는 첫인상이 확실히 달랐다.
스포츠 취재는 어느 종목이든 경기의 승부와 유명 선수의 경기력, 이적 상황 같은 데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팬들이 궁금해 하는 것도 이런 내용들이다. 하지만 축구 종목은 달랐다. ‘밀실 행정’ ‘여당, 야당’ ‘당파 싸움’…. 축구를 맡은 뒤 자주 듣고 직접 기사화하기도 했던 용어들이다. 모두 대한축구협회와 관련이 있다.
김진국 축구협회 전무가 27일 사퇴했다. 김 전무의 사퇴와 관련해 이번에는 ‘징계 조사 부당 개입’이란 말이 나왔다. 김 전무는 절도와 횡령 비리를 저지른 협회 직원 A 씨에 대한 징계 심의 과정에서 그를 봐주려 한 데 이어 1억5000만 원의 퇴직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힘을 썼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 노동조합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비리 직원을 감싸거나 징계 조사를 방해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이름을 걸고 말씀드린다. 축구협회의 단합에 누가 된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소신에 따라 사퇴한다”고 말했다. 잘못한 건 없지만 조직을 위해 물러난다는 주장이다. 축구계 안팎에선 A 씨에게 주려고 한 위로금이 축구협회 고위 간부의 비리 폭로를 막으려는 입막음용일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무가 만일 이런 걸 다 떠안고 가는 것이라면 오히려 희생양일지 모른다. 그가 사퇴해도 속 시원히 밝혀진 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축구협회는 기술위원회를 열지 않고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을 전격 경질해 밀실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후임으로 최강희 감독을 선임할 때도 미리 정해 놓고 기술위원회를 열어 구색 맞추기 회의를 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조 전 감독의 경질이 당파 싸움의 결과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조중연 축구협회장은 축구계 여당이고, 조 전 감독은 야당 쪽이어서 조 회장이 성적 부진을 꼬투리 삼아 조 전 감독을 잘랐다는 설이다. 조 회장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부인했지만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대표팀은 다음 달 29일 쿠웨이트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패하면 8회 연속 월드컵 출전은 물 건너간다. 이런 상황에서 팬들이 듣고 싶은 건 정치판을 방불케 하는 이전투구 얘기가 아니라 페어플레이가 생명인 ‘축구 그 자체’에 관한 뉴스일 것이다. 팬들의 인내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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