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가 중국 여행객의 휴대품 검색 및 소독을 강화하고 중국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구제역 예방특별조치를 내린 것이 엿새 전인 10일이다. 축산농가에는 예방접종과 주 1회 이상 소독, 매일 질병예찰, 외부인 출입통제를 권했다. 작년 10월 특별방역 기간이 시작됐지만 최근 중국 후베이(湖北) 성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강도를 높인 것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가죽옷에 묻으면 90일간 생존하고, 낮은 기온에서 생존조건이 좋을 경우 최장 398일까지 살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은 월평균 41만 명이다. 중국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번잡한 도시일수록 바이러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낙농육우협회 일부 회원은 오늘 서울로 소떼를 끌고 와 소의 산지(産地)수매를 요구하는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다가 서울에서 바이러스라도 옮아가게 되면 작년의 구제역 재앙이 재현될 수 있다.
작년 구제역이 창궐할 때 축산농민들은 바이러스가 옮을까 봐 농장 문을 걸어 잠그고 농장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먹고 자며 가축을 돌봤다. 식자재도 공급 상인이 농장 입구에 놓고 가면 나중에 가져오는 방식으로 조달했고 가족의 농장 출입까지 막았다. 그런 노력을 기울였지만 320만 마리의 소·돼지가 도살처분돼 매몰지 4500곳에 묻혔다. 도살처분 보상금이 1조8700억 원에 이르렀고 방역비 등 기타 비용을 합하면 피해액이 3조 원을 넘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농민도 여럿 있었다.
소떼 시위의 타당성도 인정하기 힘들다. 정부는 소 사육 마릿수가 늘자 2009년 가을부터 소값 하락을 경고하면서 송아지 기르기 자제를 권유했다. 2010년부터는 한우농가 결의대회, 암소도태 조합장 결의대회 등을 유도했다. 그럼에도 마릿수는 계속 늘었다. 정부는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나친 요구에 맞서 원칙과 정도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지자체에 책임을 묻고, 구제역이 발생하면 해당 농가에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적절한 대응이다. 정치인들도 총선을 앞두고 농민 표를 의식해 원칙을 흔들면 안 된다. 인위적인 수매보다는 한우고기 특판 행사, 송아지고기 판매 확대, 군대 급식, 암소 출하, 송아지 생산안정제 등 자율적인 마릿수 감축과 소비촉진으로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농업에도 자율과 책임, 시장원리가 자리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