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온라인게임업체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김정주 회장(43)은 26세 때인 1994년 넥슨을 설립했다. 넥슨은 1996년 고구려 대무신왕의 정벌담을 그린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한 데 이어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를 잇달아 내놓아 돌풍을 일으켰다. ‘바람의 나라’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그래픽 온라인게임, 해외에 처음 수출된 국산 온라인게임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1조 원대인 넥슨의 연간 매출액 중 60∼70%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다.
▷17년 전 단칸방 사무실에서 창업한 넥슨이 한국 기업 중 처음으로 일본 도쿄증시 1부에 상장(上場)돼 거래를 시작했다. 약 8조 원의 시가총액은 미국 액티비전블리자드와 일렉트로닉아츠에 이어 세계 게임업계 3위다. 김정주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3조 원을 넘었다. 주식 평가액이 그보다 많은 국내 기업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두 명뿐이다. 창업 초부터 국내시장만 겨냥하지 않고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한 전략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1999년 도쿄특파원이던 필자는 일본의 저명한 경제평론가 출신인 사카이야 다이치 경제기획청 장관을 만났다. 사카이야는 “일본 사회가 무기력해지고 재미가 없어진 것은 리스크를 꺼리고 기업인에 대한 존경도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일본의 현실을 비판하며 쓴 표현 중에 “대장성 사무차관이 빌 게이츠보다 더 존경받는 나라”라는 말은 인상적이었다. 명문대를 졸업했지만 안정된 직장을 택하는 대신 자기 사업을 시작해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 김정주 같은 젊은 기업인이 사카이야가 바란 인재상(像)이었다.
▷젊은이들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다.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특권이 있고 한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시간적 여유도 있다. 김정주를 비롯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 같은 ‘벤처 스타’는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창업했다. 산업화 1세대의 거목(巨木)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도 젊은 나이에 사업에 뛰어들었다. 김정주의 도전과 성취가 청년 창업을 통해 운명을 개척하려는 패기 있는 젊은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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