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유병규]남북한 경협이 돌파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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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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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SAIS 초빙연구원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SAIS 초빙연구원
세계 경제는 한동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높은 실업률 등으로 수요 부진에 허덕이고 있고, 막대한 국가 부채에 따라 경기 진작도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각자 새로운 살길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금융 부실로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세계적인 대불황의 단초를 제공한 미국의 고민은 더욱 깊은 것으로 느껴진다.

대외의존도가 높고 내수가 충분하지 못한 한국 경제의 경우 세계 경제 부진은 갈수록 성장의 활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제 내수를 적극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행히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내수를 키우면서 세계 경제 위기와 상관없이 새로운 성장 원천을 찾는 것이 가능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남북 경협이라는 돌파구가 있는 까닭이다. 이는 무엇보다 내수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 내수는 소득 수준과 함께 인구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외부 경제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자체적으로 경제를 운영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를 확보해야 한다. 국내 인구는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로 인해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 경제 교류가 활성화될 경우 1억 명에 가까운 내수 인구를 얻을 수 있다. 경쟁력이 낮아져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경공업이나 중소기업의 새로운 활로도 열리게 된다. 개성공단에서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하고 중국이나 베트남 등에 투자했던 섬유나 신발 공장 등을 다시 국내로 귀환시키려는 움직임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중소기업 경기가 살아나면 고용이 늘고 기업 간 양극화 현상도 완화돼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이 절로 이루어진다.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는 철강 자동차 조선과 같은 국내 주력 산업들도 신규 수요 발생으로 한시름 놓게 된다.

1억명 내수 생겨 中企 새 활로 창출

남북한 경제 협력이 확대된다면 남북한뿐만 아니라 막대한 동북아 개발 특수를 창출해 세계 경제 회복의 계기도 될 수 있다. 남북한이 의기투합해 산업 공단을 개발하고, 가스관을 연결하고, 한반도와 중국 대륙 그리고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 항만과 같은 물류 개발사업을 차례차례 실현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동북아가 21세기에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언은 이 지역의 거대한 개발 수요를 창출하는 남북한 협력을 통해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남북한의 경제적 의존도가 커지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도 해소할 수 있다. 중국과 대만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양국은 오랫동안 군사적인 대립 상태가 심화되는 과정에서도 경제 협력만큼은 이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급기야 두 나라는 경제협력기본협정을 맺고 ‘차이완’이라는 사실상의 경제 통합을 이뤘다. 상호 경제적 연관성이 깊어질수록 군사적 갈등으로 인한 기회비용이 늘어 이념적 대립이 사라지는 것이다.

꿈만 같은 남북 경협의 열매가 구체적으로 맺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한 경협에 대한 일관된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 남북 경협을 한시적인 정권의 업적을 과시하거나 이념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단기적 방편으로만 이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한국 경제 발전과 한민족의 지속 번영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서 이를 유지 확대하려는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다. 정당과 정파 그리고 이념을 떠난 중장기 비전과 정책 기조를 확립하고 이를 변함없이 추진해야 한다. 남북 경협의 지속성을 확보하려면 정경분리 원칙이 최대한 지켜져야 한다. 중국과 대만처럼 군사적 긴장 관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의 경제 협력만큼은 최대한 보장하는 실용적이고 실리적인 전략과 방안들을 남북한 모두 참고하고 활용했으면 한다. 민간기업 활동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 창구를 유지하는 통로로 선용해야 하는 것이다.

통일비용 줄이고 稅부담도 덜어

남북 경협의 성숙을 위해서는 정치 이론가가 아닌 상대방을 잘 아는 실무적 대북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북한 관리, 그리고 주민들의 정서나 심리 상태를 이해할 수 있어야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고 서로 양보와 타협이 가능해진다. 남북 경협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제협력 방안도 좀 더 다각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각종 개발사업에 남북한 양자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나아가 미국과 유럽 그리고 국제기구들이 포함돼야 양측의 갈등과 상관없이 경협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통일교육 내용도 보강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며 협력하는 것이 남북한 모두에 유익한 것임을 가르쳐야 한다.

남북 경협을 통해 서로의 이질감을 해소하고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축소하는 것이야말로 통일비용을 최소화하고 국민 세 부담을 줄이는 일이다. 정부의 새해 국정 운영계획, 나아가 새롭게 정권을 담당하려는 정파들의 주요 정책 과제에는 세계 경제 침체의 악순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우리만의 돌파구인 남북 경협을 다시금 살려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SAIS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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