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채택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 후보자를 각각 이렇게 평가했다. 김 후보자의 골프회원권 보유나 박 후보자의 지나친 신중함에 대한 지적도 있었지만 두 후보자 모두 대법관이 될 만한 성품과 자질을 갖췄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큰 흠결이 없어 무난히 대법관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였던 두 후보자도 당분간 업무를 볼 수 없는 ‘어정쩡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국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파동으로 공전(空轉)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당초 10일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를 24일로 연기했다. 이에 따라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도 함께 미뤄졌다. 대법원이 두 대법관의 취임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20일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하면 대법관 두 자리가 공석(空席)이 된다. 한미 FTA 비준에 대한 여야의 반목이 계속되면서 이번 대법관 공석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새 대법관이 취임할 때마다 이런 공석 사태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2004년 8월 취임한 김영란 대법관을 비롯해 양승태 김황식 박시환 김지형 양창수 민일영 이인복 박병대 대법관은 모두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 달 이상 기다리다 빈자리를 메워야 했다. 헌법재판관 한 자리도 6월 말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뒤 4개월 넘게 공석으로 남아 있다.
대법원이 연간 처리하는 상고심 사건은 약 3만6000건이다. 대법관 두 자리가 비게 되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0명의 대법관이 이 사건들을 나눠 맡아야 한다. 특히 박시환 김지형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던 사건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심리가 중단된다. 국회의 정쟁(政爭)이 고스란히 소송 당사자의 재판 지연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당리당략을 내세우며 싸우는 동안에도 또 다른 피해를 보는 국민은 없는지 눈을 돌려야 하는 게 정치인의 임무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 빚어지는 파행 사태를 보면 국회의원들은 이런 임무를 잊고 사는 듯하다. 내년 7월 퇴임하는 대법관 4명과 임무 교대를 할 후임 후보자는 제때 정당한 평가를 통해 대법관직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복(公僕)의 발목을 잡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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