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실한 음식 먹이려고 무상급식 확대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무상급식이 확대된 이후 전국 156개 초등학교에서 식단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한우 1등급을 사용하던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올해부터 육우 3등급으로 바꿨다. 유기농 쌀에서 일반 쌀, 친환경 채소에서 일반 채소로 바꾼 경우는 흔하다. 외국산 두부와 참기름을 쓰는 학교도 있다. 학교들이 급식 단가에 맞추려다 보니 그렇게 됐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강조했지만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식재료 가운데 친환경 농산물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쌀과 채소에서 농약이 검출된 학교도 적지 않다. 일선 학교들은 교육청 방침대로 값비싼 친환경 식료품을 구매할 경우 고기반찬이나 과일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음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양도 줄고 위생 상태도 나빠지면서 학생들이 학교급식을 먹지 않고 도시락이나 간식을 싸들고 다니는 사태가 오지 말란 법도 없다.

유상급식을 할 경우에는 식재료 값이 오르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한테서 급식비를 올려 받아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있다. 하지만 무상급식을 하는 학교는 예산이 한정돼 있어 치솟는 식재료비를 따라잡을 방도가 없다. 현재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1인당 평균 급식비는 인건비 등 관리비용을 포함해 2457원이다. 무상급식이 계속 확대되면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급식 예산만 대폭 늘리기도 어렵다. 현실적 여건을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밀어붙인 전면 무상급식은 이처럼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을 내세운 곽 교육감 같은 사람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광우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국민 건강권을 지킨다’며 그 난리를 치더니, 아이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부실 급식에 대해서는 ‘건강권 침해’를 따지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희한하다. 학교 밥을 공짜로 먹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식재료의 안전성과 조리의 위생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