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이헌진]중국, 얼마나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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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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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생각보다 참 많이 다르네요.”

중국 베이징을 찾은 한국인들에게서 종종 이런 소리를 듣는다. 중국을 방문해 이런저런 인상을 이야기하는 거야 당연하다. 문제는 이 사람들이 한국의 지도층 인사라는 점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상당수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한 정치계 인사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중국 사람들이 이제 간신히 먹고사는 것을 해결한 줄 알았는데…”라면서 “중국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몇몇 인사는 ‘중국이 사회 불안이 심화되는 가운데 성장이 정체되는 중진국 함정을 걱정한다’는 말에 “중국이 언제부터 중진국이냐”고 되물었다. 중국인 13억7000만 명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382달러(국제통화기금 기준)였다. 이웃한 베트남의 1174달러보다 4배 가까이로 많은 수치다. 중국의 전체 GDP는 이미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를 굳혔다.

주중 한국대사를 지낸 한 인사는 한국인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5개의 프리즘이 공존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먼저 오랫동안 조공을 바친 옛 조선의 시각으로 본 문명대국 중국이라는 프리즘이다. 두 번째는 서구 열강에 이리저리 뜯어먹힌 ‘이빨 빠진 호랑이’ 중국이다. 세 번째는 이른바 ‘중국 공산당’으로 6·25전쟁 때 쩌렁쩌렁한 함성을 지르면서 인해전술로 몰아붙인 적성국이자 북한의 친구인 중공이다. 네 번째는 한국이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어가는 동안 대약진이네 문화혁명이네 하면서 이데올로기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죽의 장막’ 중국이다. 마지막으로는 개혁개방 30년 만에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자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현재의 중국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국인 대부분이 이 중 2, 3개의 프리즘으로 중국을 보고, 그게 중국이라고 착각한다고 그는 결론지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서로가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변했다. 그 때문에 한국인의 중국 인식이 이처럼 복잡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인식이 현상을 따라잡지 못하는 불일치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중국은 곳곳에서 한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남북관계와 통일에서의 역할을 제쳐두더라도 중국은 한국의 제1무역대상국이다. 중국이 기침만 해도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소리다.

중국의 진면목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 즉 현장에 가서 느끼고 체험하는 방법밖에 없는 듯하다. 중국인들이 자주 말하는 고사성어 중에 안도색기(按圖索驥)라는 게 있다. 춘추시대 진(秦)나라 사람인 백락(伯樂)은 천리마를 알아보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이런 지식과 경험을 정리해 ‘상마경(相馬經)’이라는 책을 썼는데 좋은 말의 조건으로 ‘반드시 이마가 나오고 발굽이 가지런하다’고 묘사했다. 어느 날 그의 아들이 흥분해 천리마를 찾았노라 달려왔다. 하지만 아들이 가리킨 것은 두꺼비였다. 지식뿐만 아니라 경험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는 고사성어다.

한국인은 현재 연간 500만 명 이상이 중국을 찾고 있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다. 중국 땅 구석구석에 한국인들이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다. 다행히 이들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현상과 인식의 불일치가 상당히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중국에 관해 관심과 지식은 있지만 그 실체를 체감하지 못하는 한국의 일부 오피니언 리더이다. 한국의 지도층 인사들이 자주 중국을 찾아 중국을 느끼고 경험하기를 권한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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