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법 개정안은 17대 국회에서부터 7년째 잠자고 있다. 변리사법 8조에 따라 변리사는 특허법원과 대법원에서 소송대리를 하고 있다. 법원이 유독 특허침해 사건에서만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 회원의 반대에도 소송 당사자의 실익을 고려해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있는 특허기술소송에서 당사자가 원하면 변리사도 소송대리인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변리사법 개정안의 취지다.
따라서 당사자가 변호사만으로 소송을 수행하고자 하면 종전대로 하면 될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특허침해소송을 해본 기업들의 74.3%가 변호사와 변리사가 공동으로 소송을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다.
특허침해소송은 특허법이라는 특수한 법 영역과 특정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민사소송 실무에도 밝은 사람이 소송대리를 하는 것이 이상적인데 변호사도 변리사도 이 세 가지를 다 갖추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변리사에게 침해소송대리권을 주면 다른 자격사에게도 소송대리권을 주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으나 다른 자격사법에는 소송대리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언급을 피하기로 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제도를 가진 일본은 2001년 사법제도개혁심의회가 사건 당사자들의 요청과 국가경쟁력을 고려해 변호사가 있는 사건에 한해 변리사의 특허침해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도록 정부에 건의해 현재 시행 중이다. 미국과 중국은 변리사 단독으로, 영국은 변호사와 함께 소송대리를 허용하고 있다.
한편 미국 변호사는 한국에서 변호사가 별도의 시험 없이 변리사 업무를 할 수 있는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장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 법률시장이 개방되는 것을 빌미로 한국 변리사도 대리할 수 없는 특허소송에 미국 변호사가 사실상 진출하는 현상을 무슨 논리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사대주의가 아니라 자가당착이다. 변리사법에 명문 규정이 있어도 소송대리권을 부인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소원을 제기하였으므로 합리적인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휴대전화 기술특허를 둘러싼 국제소송에서 기술을 모르는 변호사만으로 소송에 대처한다는 것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지식재산기본법의 취지,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 민주당의 변리사법 개정안 찬성, 573개 과학기술단체의 염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제는 쇄국적인 변호사만의 직역 보호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현명한 결정을 할 시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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