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북방정책을 통해 공산권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한 노태우 정부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의 국제적 고립을 타개하려 했던 덩샤오핑(鄧小平) 정권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수교였다. 6·25전쟁에서 서로 총을 겨눈 적대국이었던 두 나라의 전격 수교는 동북아의 구도를 뒤흔든 외교적 사건이었다.
오늘로 수교 19년을 맞는 한중 관계는 경제 및 인적 교류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떠올랐다. 상호 무역과 투자 확대는 양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했다. 중국 경제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은 갈수록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중 정부 간 관계는 ‘선린우호 관계’에서 출발해 지금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은 북한의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을 감싸기에 급급했다. 한반도 평화구축의 최대 걸림돌인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고,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을 비호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폭정(暴政)과 굶주림에서 도망쳐 나오는 탈북자들을 붙잡아 다시 돌려보내는 일도 반(反)문명적이다.
중국은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자원 및 에너지, 부동산, 제조업체 사들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적 위상 강화 못지않게 군사력 증강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이런 눈부신 성공의 뒤에 인권 침해와 언론자유 탄압 같은 후진적 행태도 여전하다. 고속철도 참사와 잇따른 불량식품 파문, 짝퉁 천국이라는 불명예도 주요 2개국(G2)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은 안보 외교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의 앞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핵심적 외부 변수다. 한국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질적으로 더 깊이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중국은 북한 정권에 대한 맹목적 후견인 역할을 중단하고 책임 있는 지도국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중 관계를 한 단계 더 성숙한 단계로 끌어올리면서 중국의 장기적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일대 전환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