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동원]복수노조 시행 이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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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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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7월 1일부터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복수노조는 1998년 노사정은 물론이고 여야 합의 사항으로 13년간 유예하다가 실시하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0여 개 회원국 중에 우리나라만 입법으로 복수노조를 금지해 왔다. 그 결과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의 복수노조 금지를 결사의 자유에 대한 ILO 협약 위반으로 보아 13차례나 개선 권고했다. 이제 복수노조 시행으로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복수노조의 실시로 국가경제와 노사관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도록 이 제도의 순조로운 시행을 위하여 노사정의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노사에 폭넓은 재량권 인정해야

정부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하여 현장 노사 당사자가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드는 등 많은 준비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는 여러 당사자를 주역으로 하는 제도이므로 예상외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정부는 가능한 한 노사 당사자에게 폭 넓은 재량권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즉, 노사 자율주의의 정신에 맞게 복수노조의 경우 법에서 정한 것 이외에는 노사 당사자가 기업의 환경과 전략에 맞는 노사관계의 틀을 짤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에 따르면 개별사업장에서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고, 근로자집단의 성격이 다른 경우에만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분리할 수 있다. 이 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노동위원회는 교섭단위 분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교섭단위 분리가 어려워지면 사무관리직 노조나 비정규직 노조 등이 생겨도 규모가 큰 생산직 노조의 교섭단위에 포함돼 근로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제도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우므로 복수노조를 시행하는 실익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경우 복수노조 시행을 받아들이고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부 노조 지도자들이 창구 단일화에 반대해 복수노조 시행을 다시 유예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미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을 앞둔 법안을 시행도 하지 않고 다시 유예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사실 복수노조 시행은 기존 노동조합의 권리를 향상하는 제도라기보다는 노조원의 권리를 신장하는 제도다. 즉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선택할 권리를 확대함으로써 노조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여 노조원의 이익을 더욱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노조가 살아남도록 하는 법적 장치다. 복수노조 시행을 맞아 노조 간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체제로 하루빨리 전환하는 것이 노동조합 자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노조원 권리신장 긍정적 수용을

사용자들도 복수노조 실시에 긍정적인 자세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복수노조 시행은 무(無)노조 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좀 더 용이하게 노조를 만들도록 하고, 유(有)노조 기업에서는 새로운 노조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효과가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가 노조 설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에 정한 노동3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직원들이 무노조를 선택하든 새로운 노조를 설립하든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장기적인 노사관계 안정을 가져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복수노조는 지난해 실시된 타임오프제도와 함께 노사관계제도 선진화의 두 축을 이룬다. 복수노조 시행은 타임오프제보다 월등히 큰 변화와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타임오프제도는 노동조합 간부에 한정된 이슈로 볼 수 있지만 복수노조는 노동운동의 근간을 바꾸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복수노조 시행에 즈음하여 노사정이 현명한 판단과 철저한 준비로 대비하기를 기대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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