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오성삼]‘반값등록금’ 정부 의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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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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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삼 건국대 교수 교육학
오성삼 건국대 교수 교육학
교육은 사회계층을 구분 짓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저소득 계층의 자녀들이 부모 세대의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 계층의 상승 이동을 하는 데 교육만 한 것이 없다. 사회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얼마나 많은 학교 교육을 받느냐가 일생 누리게 될 사회·경제적 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24일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가구주의 학력에 따른 가구별 월 소득은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둔 가구가 501만 원, 고졸 347만 원, 중졸 이하 250만 원으로 격차가 컸다. 오늘날처럼 직종의 전문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시대에는 대학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조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학교의 고비용 등록금 구조와 소득계층의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고착되면서 비싼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하고, 꿈을 접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

국가가 정한 올해 최저임금은 1시간에 4320원.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학생의 경우 하루 4시간 일하면 1만7280원으로 한 달 25일을 쉬지 않고 일해 대학생이 받을 수 있는 돈은 43만 원 정도다. 이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년을 꼬박 일해서 만들 수 있는 금액은 산술적으로 500만 원 남짓이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4월 29일 ‘대학 알리미’를 통해 4년제 일반대학 191곳의 연평균 등록금을 공개했다. 연간 등록금이 800만 원을 넘는 대학이 지난해 34개에서 올해 50개로 크게 늘어났다. 최근 5년간 대학교와 대학원의 가파른 등록금 인상률이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2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한 대학생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넘을 수 없는 현실이 가난한 대학생들의 꿈을 앗아가고 좌절하게 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 이른바 ‘반값등록금’이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지난 선거에서 반값등록금을 내걸었던 한나라당이 집권 후반기 들어 이의 실현을 위한 법제화를 표명하면서 찬반양론이 비등하다. 예상되는 제반 문제점들도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만큼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원론에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각론에 들어가면 다양한 입장이 난무하고 있다. 반값등록금의 진원지인 한나라당 내에 신·구주류 간 입장이 다르고, 한나라당 지도부와 예산을 담당하는 정부 측 입장이 다르다.

제기되고 있는 일률적인 반값등록금의 문제, 부실대학에 대한 혜택 문제, 재원 확보의 문제는 합리적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면 될 일이다. 모든 대학생을 대상으로 반값등록금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적어도 상당 기간은 그렇다는 말이다.

대학 공부를 하고 싶어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하면 될 일이고, 이른바 부실 대학들의 문제가 걸림돌이라면 이들 대학 출범에 일조를 한 정치권과 관리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행정부가 해결할 일이지 그것이 반값등록금의 발목을 잡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재원 확보의 문제도 그렇다. 최소 20조 원의 공사비가 소용된다는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과연 반값등록금의 재원을 문제 삼아 난색을 표할 일인가. 반값등록금의 실현 여부는 칼자루를 거머쥔 집권여당의 의지와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이란 사실을 각인시켜 두고자 한다.

“대학을 안 가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핵심”이란 한나라당 중진의원의 논평을 들으며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속에서 한 동이의 물을 애원하며 말라 죽어가던 물고기를 향해 “먼 나라 여행에서 돌아올 즈음 그 나라 강물을 끌어다주겠다”던 학철지부((학,후)轍之부)의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오성삼 건국대 교수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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