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백청강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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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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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Mnet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에 이어 국내 ‘오디션 열풍’이 배출한 또 한 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27일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결승전에서 중국 옌볜 자치주 출신의 조선족 청년 백청강(22)이 마지막 승자가 됐다. 사실 그는 강력한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옌볜사투리를 쓰는 순수한 모습,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 부모와 아홉 살 때부터 헤어져 살았던 가슴 아픈 개인사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백청강은 시청자 전화투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백청강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옌볜에서는 나 같은 경우가 특별하지 않다. 대부분의 가족이 부모님의 돈벌이 때문에 함께 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옌볜에 사는 조선족의 결손 가정 비율은 60%가 넘는다. 한국이나 중국의 상하이 톈진 등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부모 때문에 ‘고아 아닌 고아’가 넘쳐난다. 부모 역시 장기간 별거하는 경우가 많아 이혼이 속출하기도 한다. 자녀들이 조부모나 친척들에게 맡겨진 뒤 학업을 중단하고 탈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허각의 우승이 ‘공정 사회’라는 화두와 맞물려 사회적 반향을 낳았던 것처럼 백청강의 우승은 옌볜 조선족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다. 한국에서 일하는 조선족 출신 근로자는 30만 명 정도다. 이들은 건설현장, 제조업, 농업, 식당보조, 가사도우미, 간병인 등 이른바 3D 업종에서 일하며 우리 산업의 일익을 담당하지만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고 있다. 백청강은 옌볜 사회의 아픔과 조선족에 대한 편견을 이기고 ‘코리안 드림’을 이뤘다.

▷“청강이가 오디션에 참가하러 한국에 온다고 처음 말했을 때 ‘괜히 차비 없애지 말라’고 했어요.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차별받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국에서 오래 일해 온 아버지 백명덕 씨의 말이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조선족을 포함한 다문화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포용성이 그만큼 커졌음을 보여준다. 옌볜은 지금 축제 분위기다. ‘백청강은 조선족의 자랑’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 감사한다는 말도 나온다. 꿈을 믿고 당찬 도전에 나선 백청강은 한국과 옌볜의 사이를 가깝게 해주는 역할까지 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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