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용석 의원만 제명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9일 03시 00분


성희롱 발언을 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강용석 의원의 ‘제명 징계안’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징계심사 소위를 통과했다. 강 의원은 발언 후 한나라당에서 출당 조치를 당한 뒤 현재는 무소속이다. 그가 제명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민당 총재 시절 정치탄압으로 제명된 이후 42년 만의 첫 제명이자 윤리문제로 제명되는 희귀한 사례가 된다.

강 의원 징계는 윤리특위 전체회의가 남아있고 본회의까지 가더라도 제명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강 의원의 징계절차가 시작됐다고 해서 국회가 비로소 정치윤리 회복에 나섰다고 믿기는 어렵다. 국회에는 의원의 품위를 심하게 떨어뜨려 사법적 처벌까지 받고도 여전히 금배지를 달고 있는 의원이 수두룩하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국회 사무총장실 탁자에 올라가 ‘공중부양 활극’을 벌이며 국회의장실 문을 발로 차고 경위의 멱살을 붙잡고 폭행해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문학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국회 외교통상위 회의장 출입문을 망치로 부수고 의원 명패를 깨는 폭력을 행사해 각각 200만 원과 5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런 의원들이 강 의원보다 먼저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견해에 일리가 있다. 1966년 김두한 의원은 한국비료 밀수 사건과 관련해 국회에 출석한 정일권 국회의장 등을 향해 인분을 뿌렸다가 제명을 당했다. 망치와 전기톱을 휘두르고, 공중부양을 하는 의원들이 그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1991년 설치된 국회 윤리위에는 14대 국회부터 이번 18대 국회까지 의원으로서의 품위 손상,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150여 건이 제소됐지만 단 한 건도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의원들은 평소에는 여야로 갈려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윤리위 제소 건이 터지면 형제처럼 서로 감싼다. 강 의원이 초선이 아니고, 여야당에 든든한 울타리를 둔 의원이었더라도 나 홀로 징계의 대상이 됐을까.

선진국에서는 의원의 폭력 행위를 제명 감봉 등 중징계로 엄격히 다루고 있다. 우리 국회는 의원의 폭력행위는 명시적인 징계사유가 아니라는 핑계로 이번 회기에도 징계 처리를 하지 않았다. 국회법은 회의장의 질서문란 행위를 징계사유로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권위를 세우고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의원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징계권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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