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분당 우파’에 파라솔 꽂은 손학규가 갈 길

  • 동아일보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경기 성남 분당을(乙)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은 무엇보다 인물론을 부각시킨 것이 주효했다고 민주당은 자체 분석했다. 분당지역이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한 데다 고학력에 중산층이 두꺼운 곳이라는 특성을 파고든 전략이다. 민주당은 본래 중도개혁을 지향하는 정당이었지만 노무현 정권 들어 386세력이 대거 포진하면서 친북을 포함한 좌파 이미지가 짙어졌다. 지난해 10월 전당대회에서는 기존 강령에 들어 있던 ‘중도 개혁’이라는 용어마저 삭제해 버렸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로 이어지는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놓으며 사회주의 색채마저 띠고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던 손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 아래서 정치에 입문하고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를 하며 좌파보다는 개혁적 보수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으로 이적(移籍)하면서 ‘한나라당 출신’이란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서였는지 386세력에 영합하는 극좌성(極左性) 발언까지 서슴지 않아 ‘유시민보다 더 좌파적’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그가 이번 선거에서 ‘분당 우파’의 아성에 ‘손학규표 파라솔’을 꽂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겼다고는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과 맞서려면 갈 길이 멀다. 최근 동아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도는 36%, 민주당 지지도는 21.5%다. 민주당에 마음을 주기에는 미덥지 못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다. 지나치게 복지 과잉으로 흐르는 경제정책이나 대북(對北)정책에서 보여주는 민주당의 행태는 안정을 추구하는 중산층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야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대선에서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당이든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전통적인 지지층 표만으로는 어렵다. 민주당이 대안정당 수권정당이 되려면 중산층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왼쪽으로 기울어진 당의 균형추를 바로잡으면서 ‘싹수가 없는 듯한’ 386 이미지도 털어내야 한다. 특히 국가안보 문제에 믿음직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리는 본다. 호남 지역당의 이미지도 탈색시킬 필요가 있다. 손 대표가 이런 과제를 돌파해야만 내년 큰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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